‘석가여래상주설법탑’. 불국사 대웅전 앞에 서 있는 쌍탑 중 서쪽 국보 제21호 석가탑의 원이름이다. 동쪽 다보탑과 나란히 세운 것은 석가여래가 설법하는 것을 다보여래가 옆에서 옳다고 증명한다는 법화경의 내용에 따른 배치다. 석가탑은 정교한 다보탑과 대조적으로 단순하다. 예술가들은 장식 없이 아름다운 균형과 장중함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석가탑은 이 어려운 ‘정제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석가탑은 현진건의 소설 ‘무영탑’의 설화를 담고 있다. 아사녀가 남편이 탑을 완성해 그림자가 영지(影池)에 비치기를 기다리다 끝내 연못에 몸을 던지고, 그 뒤를 따르는 아사달의 애틋한 사랑 얘기가 서려 있다.

지난 1966년 9월 3일 어두운 밤, 대범한 도굴꾼들이 석가탑 사리장엄구를 훔쳐 가려다 탑을 훼손했다. 도굴범은 이틀 뒤에도 3층 몸돌을 들어 올리려다 실패했다. 불국사는 첫 도굴이 시도된 지 사흘이 지난 뒤에야 탑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문화재 당국은 다음날 ‘지진 때문에 석가탑이 붕괴 위험에 놓였다’는 엉터리 발표를 했다. 경찰이 수사를 벌여 도굴범 7명을 일망타진 함으로써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인해 2층 사리공에서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발견하는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석가탑은 신라 경덕왕 10년(751년) 불국사 창건과 함께 세워졌으니 1,266년 전의 일이다. 천 년도 훨씬 넘는 풍상의 세월을 꼿꼿이 한 자리에 서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 5.8의 9.12 지진에도 끄떡없이 견뎌냈다. 석가탑은 지난 2010년 탑에 균열이 발견돼 2012년부터 전면 해체 수리 작업을 진행해 지진 발생 약 5개월 전인 지난해 4월 조립 과정을 마무리했다. 다보탑은 띠장식과 돌란대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지만 석가탑은 아무런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 수리보고서’에서 해체 수리과정에서 탑의 부재 사이에 충격을 완화하는 무기질 재료를 채운 것이 큰 효과를 봤다고 자랑이다. 하지만 석탑의 무게중심이 1층 탑신 중심에 형성돼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게 처음부터 설계됐기 때문에 강한 지진에도 안전했을 것이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