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관리 손놓아

18일 오전 대구 수성IC 인근 교차로에 무허가 안내표지판이 어지럽게 붙어있어서 운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18일 오전 10시께 대구 수성구 대흥동 수성 IC에서 200m 지난 지점. 갈팡질팡하는 운전자들이 속출했다. 녹색과 보라색, 하늘색, 갈색, 남색, 회색 등 각양각색의 안내판이 눈을 어지럽게 만들어서다. 12개의 안내판 가운데 4개를 제외한 8개가 대구 수성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사설안내표지판이다. 호산대학교를 비롯해 대구한의대학교, 대신대학교, 대경대학교, 영남외국어대학·영남사이버대학부터 시작해 대구미술관과 인터불고경산컨트리클럽, 사찰까지 너도나도 허가 없이 설치했다. 운전자 김모(26)씨는 “표지판이 복잡하게 몰려 있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혼란스럽다. 길 안내 표지판이 오히려 방해된다”고 했다. 또 다른 운전자 장모(45·여)씨는 “대구의 관문에 설치한 표지판이 오히려 사고를 유발한다”면서 “어디서 관리·감독하는지 모르겠지만, 하루빨리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성 IC 인근에만 무허가 표지판이 난립한 이유는 뭘까.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수성구청이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어서다. 사실상 내버려둔 셈이다.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사설안내표지 설치 및 관리지침’을 보면, 관할 자치단체장의 허가 없이는 사설안내표지판을 설치할 수 없다. 지면에서 2.5m 높이에 설치해야 하고, 갈색 바탕은 문화재와 관광지로 등록된 곳만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어기면 구청이 경고 조치한 뒤 변상금 10만 원을 매기고, 지키지 않으면 이행강제금 100만 원을 부과할 수 있다.

수성 IC 앞의 무허가 표지판은 이 규정을 모두 무시했다. 상아탑인 대학과 대구미술관 등이 버젓이 불법을 저지르는데도 수성구청은 팔짱만 끼고 있는 셈이다. 실제 수성구청이 무허가 표지판을 적발해 변상금이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실적은 단 한 건도 없다.

박은주 수성구청 건설과 주무관은 “무허가 표지판이 설치된 사실조차도 몰랐다”며 “관리자 단 한 명밖에 없는데 어떻게 철저하게 단속하느냐”는 하소연만 되풀이했다. 또 “하루빨리 무허가 표지판을 철거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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