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에 손님이라곤 노을뿐이다
아가씨들이 빠져나가고 섬은 웃음을 팔지 않는다

바다일 마친 어부들이 섬의 현관에 벗어놓은 어선들
다방글자가 뜯어진 창으로 물결이 유령처럼 드나들었다

노을이 다방에서 나와 버려진 유리병 속으로 들어간다
몸을 가진 노을은 더 아름답다




감상)서쪽하늘은 대체로 쓸쓸하거나 적막하다. 이승철의 노래 때문이 아니라 그 곳을 보고 있으면 막연하게 내가 스러지는 느낌이 나기도 하고 누군가가 그렇게 떠나갈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것이 몸을 가지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큰 몸을 가졌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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