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삼거리에서 한 아가씨가 경범죄에 걸렸다. 무릎 위 20㎝의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활보하다 경찰에 잡힌 것이다. 그녀는 구류 2일 처분을 받았다. 1973년 경범죄처벌법 발효 이후 미니스커트 처벌의 제1호로 천안 아가씨가 걸린 것. 스커트 길이가 무릎 위 17㎝ 이상 올라가면 단속 대상이었다. 당시 미니스커트 하면 서울 명동이나 부산 광복동으로 당연히 이들 지역에서 첫 처벌 대상자가 나왔어야 하는데 의외였다. 미니스커트가 이미 전국에 유행하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미니스커트가 국내에 들어온 것은 1967년. 미국에서 활동하다 귀국한 가수 윤복희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김포공항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면서 바람을 일으켰다. 미니스커트가 열병처럼 확산되자 정부가 ‘미풍양속을 해친다’고 해서 단속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이 자를 들고 여성들의 짧은 치마와 무릎 사이의 길이를 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미니스커트의 탄생은 고대 이집트에서부터라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1960년대 초 영국의 마리콴트가 디자인한 미니스커트가 유행의 시작이었다. 유행은 아프리카는 물론 공산권 국가까지 번져 전 세계를 휩쓸었다. 패션에 있어서 60년대는 ‘미니스커트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 교황청은 ‘너무 관능적’이라 일침을 놓았고, 유행을 선도한다는 파리의 경찰도 성범죄 유발 위험을 경고했다.

18일 외신에 따르면 지난 주말 ‘쿨루드’라는 이름의 사우디 여성이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에 짧은 상의에 미니스커트 차림을 하고 야외를 활보하는 영상을 공유했다. 영상을 찍은 장소는 수도 리야드의 북쪽 보수색이 강한 사막지대 나즈드지방 우샤이키르에 있는 유적지다. 사우디는 여성이 외출할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가리는 검은색 겉옷 ‘아바야’나 눈만 빼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검은 베일 ‘니캅’을 두르게 돼 있다. 영상이 SNS에 공유되면서 ‘처벌해야 한다’, ‘복장의 자유다’ 논란이 일고 있다. 사우디 경찰이 여성을 체포해 조사 중이란 소식이다. 프랑스 시인 장 콕토는 “유행은 태어날 때 으레 비난을 한몸에 받게 마련”이라 했다. 사우디도 우리나라에서처럼 세월이 지나고 보면 ‘그런 때가 있었지’ 할 때가 올 것이다. 


이동욱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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