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를 탔네
차창에 레이스 달린 분홍 커튼이 쳐져 있었네

구중궁궐 같은 버스였네
승객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네

어여 기사님아,
선글라스와
뽕짝 노래로
나를 어디로 모셔가나

앞머리를 커튼처럼 자른 나도
오늘은 이 버스의 기분을 알 것 같아

마음속에 들어앉아
저를 멋대로 몰아가는
저 기사님이 이끄는 대로
잉잉거리고 끼끼거리고 짓까부는
이 버스처럼

(후략)





감상) 한 번은 70번 그 빨간 버스를 꼭 타리라 결심했지. 그러고도 몇 년이나 흘렀네 버스를 볼 때마다 결심이 떠오르고 버스가 지나가면 잊혀지지 아무 생각 없이 흐르다. 상기 되는 어떤 시간 그런 날은 새하얀 운동화를 신고 누군가를 마중가고 싶어 버스정류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어.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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