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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2015년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이스라엘 소설가며 대표적 지성인인 아모스 오즈(Amos Oz 78)의 최신작 ‘광신자 치유’에서는 “광신주의는 나만이 옳다는 생각으로 타협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광신주의의 대표적 집단이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다. 이들 집단은 자기네들만이 믿는 정의의 이름으로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수개월 전 박근혜 정부가 ‘우리 모두의 정의’를 외면한 채 ‘나만의 정의’를 앞세우고 불통과 아집으로 독주하다 곤두박질을 한 현실을 갓 출발한 문재인 정부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앞으로 5년이란 세월은 수유(須臾)와 같기 때문이다.

요즘 문재인 대통령의 통치를 보면 너무 의욕이 앞서 간혹 ‘나만의 정의’만 앞세우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그 같은 사례로는 문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추진키로 발표한 비정규직 제로(0)에서부터 탈(脫)원전을 위한 신축 원전 중단, 최저임금 대폭 인상, 4대강 보(湺) 개방 등을 들 수가 있다.

이들 사업은 국가의 기본 틀을 바꾸는 중대한 사업으로 문 대통령은 이 국책 사업들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관계 부처에 지시를 내렸다. 이런 유의 사업은 국회와 협의를 하고 이해 관계인들의 의견 수렴 절차도 거쳐야 할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도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최소한의 여과 장치도 거치지 않고 대선 때의 공약을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문 대통령의 강력한 정책 추진을 보고 친여(與)적인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문 대통령은 법 위에 있다”는 말까지 했다.

지난 19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5개년 계획’을 보면 문 대통령의 통치 의욕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가 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앞세운 ‘국민이 주인인 정부,’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등 5대 목표의 100대 국정과제가 목표대로 잘 이루어진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5년 후 크게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많은 정책 수행과 국책사업에는 수백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과연 발표대로 일사불란하게 정책이 성공적으로 수립되어 나가려면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지나친 의욕에 자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한 숟가락에 배가 부를 수가 없다. 역대 정부들이 의욕만 앞세웠다 실패를 거듭한 여러 사례를 문 대통령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서 열린 4당 대표들과의 회동에서 최저임금위원회서 최근 결정한 최저 임금에 대해 “1년간 실시를 해 보고 속도 조절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우리 모두의 정의’를 위해 다행스러운 조치라고 생각된다.

최저임금 결정에 불안과 불만을 품은 전국의 많은 영세 사업자와 중소기업인들이 문 대통령의 이 말 한마디에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성공적인 정책 수행을 하려면 최저임금의 탄력적 시행과 같은 조치를 많이 시행하고 대선 승리의 완장을 하루빨리 벗어버리고 진보 보수의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나만의 정의’가 아닌 ‘우리 국민 모두의 정의’를 위해 타협의 정치를 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 문재인 정부는 5년 후 대한민국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성공한 정권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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