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회 장보고기 전국조정대회
여자 2위·남자 3위 눈부신 성과

포스텍 조정팀
지난 2일, 부산 서낙동강 조정경기장에서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지난해 5월 창단한 신생팀, 경기경험도 적고 선수층도 얇아서 1년 동안 각종 대회에서 꼴찌를 도맡아 하던 포스텍(포항공대, 총장 김도연) 여자 조정팀이 결승선을 두 번째로 통과한 것이다. 예선 재경기 끝에 극적으로 진출한 결승에서 막판 스퍼트로 얻은 준우승이어서 더욱 짜릿했다.

포스텍 조정팀은 지난 1, 2일까지 부산에서 개최된 제43회 장보고기 전국조정대회에서 여자 대학부 콕스트포어(4+) 종목 2위, 남자 대학부 에이트 종목 3위를 기록했다. 창단 1년 만에 기록한 쾌거였다.

우리나라에선 포스텍을 비롯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13개 대학에서 조정팀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에겐 낯선 스포츠지만 유럽과 미국에선 명문대학마다 조정팀을 두고 대학 간 대항전을 통해 힘과 단결력을 겨루고 있다. 특히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하버드와 예일 등의 전통의 라이벌 경기는 재학생과 졸업생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인기 스포츠기도 하다.

포스텍은 “조정과 같은 단체 스포츠를 통해 미래 글로벌 리더에게 필요한 강인한 체력과 리더십, 협동심을 기르길 바란다”는 김도연 총장의 생각을 바탕으로 지난해 조정팀을 창단했다. 지난 1년 동안 24명의 학생, 감독 김만주(화학과)교수, 국가대표 출신 박은영 코치는 형산강에서 새벽 5시 반부터 훈련을 치르며 구슬땀을 흘려 왔다.

학업 부담이 만만치 않기로 유명한 포스텍 학생들이 조정이란 낯선 스포츠에 이처럼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조장을 맡고 있는 컴퓨터공학과 권혁철 군은 “조정은 동작이 제각각일 때는 아무리 힘을 써도 속도가 안 나다가 하나가 될 때 폭발적인 스피드가 나온다”며 “협동심과 강인한 리더십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화학공학과 이혜린 양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재밌어지는 게 바로 조정”이라며 “내년엔 많은 신입생들이 들어와서 이 재미와 성취감을 직접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스물 네 명의 선수와 학교, 스포츠 지원센터가 똘똘 뭉쳐 창단 1년 만에 이뤄낸 짜릿한 준우승, 앞으로 이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산업경영공학과 공도현 군은 “조정의 본고장 영국에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와 같은 대학과 템스 강에서 실력을 겨뤄보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지난해 실력이 되지 않아 나가지 못했던 전국 대학 조정대회를 잘 준비하는 게 우선”이라며 웃었다.

포스텍 조정팀이 출전하는 전국 대학조정대회는 오는 27, 28일까지 양일간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열린다. 서울대, 연세대 등 9개 대학이 출전하는 이 대회에 포스텍은 처녀 출전 대학으로서 번외경기 형식으로만 참가할 수 있어 순위 산정에는 제외된다.

정문 앞에서 흐르는 형산강에서 매일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포스텍조정팀 학생들. 운동 후엔 다시 학교로 돌아와 바로 공부에 들어가면서도 운동 덕분에 체력이 길러져 피곤을 느끼지 못한단다. 조정에 대해 말할 때 더욱 눈빛이 반짝이던 포스텍 조정팀이 형산강에서 흘린 땀이 값진 결실로 돌아올 것으로기대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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