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단 앞 은행나무 잎사귀들이
땡볕에 지쳐 축 늘어져 있다
이 여름 도시에선 모두들
얼마나 피곤하게 살아오고 또 죽어가는지
빌딩 입구의 늙은 수위는
의무를 다하느라 침을 흘리며
눈을 뜬 채로 자면서도 빌딩을 지키고 있다
자라나는 빌딩들의
네모난 유리 속에 갇혀
네모나는 인간의 네모난 사고 방식, 그들은
네모난 관 속에 누워서야 비로소
네모를 이해하리라
━우리들은 네모 속에 던져지는 주사위였지
주사위를 던지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감상)인터넷을 깔고 공유기를 연결했다. 집 안 전체에 골고루 인터넷이 잘 퍼져 있다. 간혹은 윗집인지 옆집인지 어디서 오는 건지 알 수 없는 전파가 내 휴대폰에 잡힌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옆집의 일부가 벽을 뚫고 내 집으로 들어온 것이다. 갇힌 줄 알았던 내 일상도 어디가로 건너가 그렇게 살고 있겠지.(시인 최라라)
- 기자명 최승호
- 승인 2017.07.23 17:51
- 지면게재일 2017년 07월 24일 월요일
- 지면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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