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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순 중원대학교

남한이 적십자회담과 군사회담을 제의했으나 북한의 반응은 없었다. 이미 대통령은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남북정상회담까지 언급한 바 있다.

경직된 남북관계를 돌파를 모색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북한과의 대화의 물꼬를 터는 작업에 고심하고 있다. 그동안 남북대화는 위기 속에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 상황도 어떻게 보면 위기일 수가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은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중국도 북한에 대해 수수방관할 수만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런 여건에서 북한이 특정 명분을 내세우면서 남한의 대화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대체로 북한이 위기의식을 느낄 때, 남북대화가 나타났다. 1968년은 북한의 청와대 기습사건인 1·21사태, 푸에블로호 피랍,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에 있었다. 우리 측에서 1970년 8·15선언을 내놨고 1971년 남북적십자회담이 이루어졌다. 1983년에도 북한은 전두환 대통령의 미얀마 아웅산 묘소 참배행사에 북한은 폭탄테러를 감행해 사상자를 내었다. 이후 1985년 남북 최초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다. 1999년 제1차 연평해전으로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이후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으로 남북관계가 파탄이 난 속에서도 2011년에 제1·2차 남북비핵화 회담이 열렸다.

남북관계가 극단적인 대립 속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대체로 북한의 도발적 행위 후에 남북대화가 이어졌다. 북한의 도발→대립·갈등→대화로 나아가는 패턴이다. 지금도 이러한 상황이다. 우리 측에서 대화를 제의했으니 북한이 답할 차례다.

그런데 상황이 묘하다. 미국이 남북대화에 적극적이지 않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미국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북한의 화성14호 발사 일주일 만에 미국은 북한의 것으로 상정한 미사일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격추하는 실험을 했다. 사드로 중거리탄도유도탄(IRBM)을 격추하는 시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IRBM은 사거리 약 2천500km에서 5천km 정도의 거리를 공격 대상으로 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고도와 속도가 월등히 빨라 격추가 훨씬 어렵다. 이번 실험에서 미국은 100% 성공이라는 내용까지 공개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경고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제의했다. 이에 대해 미국 반응이 호의적이지 못하다. 미국은 스스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심각하게 바라고 있는데 남한이 남북대화를 제외했다는 점에서 성급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문제에 대해 남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던 미국으로써는 어떤 입장을 내놓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무반응으로 현 상황에 대한 대답을 대신하고 있다. 국무부, 국방부, 백악관 대변인들은 이번 남한의 대북회담제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언론의 질의에 남한 정부에 물어보라는 식으로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기본입장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이다. 여기는 남한 정부와 입장이 같다. 그런데 미국은 지금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단을 찾고 있는 중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압박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남한 정부는 어떠한 전략에서 대화를 제의했을까. 특히 군사부문에서는 핵과 미사일 문제를 접어 두고 적대적 관계 해소만으로 접근하고자 했을까. 남북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은 필요하다. 정부는 통일문제에 대해 주변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당장에 미국과의 의견조율이 어떤 형태로든 나와야 할 것 같다. 남북관계는 주변국 특히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중요하다. 현재 상황을 북한이 악용할 경우 우리의 대화 의지가 희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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