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팔 이식 손진욱씨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을 받은 손진욱(35)씨가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힘차게 시구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영화 속 장면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기적의 시구입니다.”

21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후반기 개막전 중계에서 해설자는 감격스럽게 소개했다.

투수 마운드에 올라 지름 7.23㎝, 무게 140여g의 흰 공을 힘차게 뿌린 이는 손진욱(35)씨. 지난 2월 2일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주인공이다. 봉합 수술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왼손으로 힘차게 공을 뿌려 10m 앞의 포수 미트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은 손씨는 두 팔을 벌려 가슴 벅찬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식 대기자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의 풍경은 미국 최초로 왼손 이식 수술에 성공한 매슈 스콧이 1999년 4월 13일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7.5m 앞에 있는 홈 플레이트를 향해 힘차게 공을 던진 것보다 더 진한 감동을 줬다.

수술 5개월여 만에 꿈에 그리던 희망을 쏘아 올린 손씨는 잠시 좌절도 맛봐야 했다.

3월 31일로 예정된 삼성라이온즈 시즌 첫 개막전 시구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면서 면역 치료를 받아야 하는 손씨가 수많은 군중이 모이는 곳에 노출될 경우 면역거부반응 우려가 있다는 의료진의 판단에서다. 당시 시구 연습장면까지 선보인 손씨는 경북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안타깝게 팔을 잃은 환우들에게 이식 수술의 성공 모델로서 시구에 성공하고 싶다”는 간절함을 말하기도 했었다.

손씨는 2월 2일 뇌사 판정을 받은 40대 남성에게서 왼쪽 손부터 손목 아래 팔 5㎝ 정도를 이식받는 수술을 받았고, 3주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면서 “야구장에서 시구를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기도 했다.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을 받은 손진욱(36)씨가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LG트윈스의 경기 시구에 앞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지난 6월 5일 대구의료관광진흥원의 ‘대한민국 의료특별시 메디시티 대구’를 널리 알리는 홍보 맨이 된 손씨는 대구를 찾는 의료관광객에게 대구의 팔 이식 수술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특히 기회가 주어진다면 산업안전 홍보도우미 역할도 언젠가 해보고 싶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손씨처럼 손이나 팔을 이식받으려는 사람이 7천21명에 달하는데, 앞으로는 국가가 체계적으로 이식 수술을 관리하게 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보건복지부는 이식할 수 있는 장기 등의 범위에 손과 팔, 말초혈을 포함하는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 했다. 지금까지는 수부가 장기이식법에 포함되지 않아 수부 이식을 하려는 의료기관이 기증자로부터 동의를 받고 직접 선정한 대상자에게 이식 수술을 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복지부가 지정한 이식의료기관이 장기이식관리센터의 선정기준에 따라 뽑힌 수요자에게 이식하게 된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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