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차림의 테이크아웃 커피 산책, 격식 없는 회의 모습은 지금까지 청와대에서 보지 못했던 신선한 감성정치였다. 인사도 초반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젠틀호동’이란 말이 돌았다. 잘생긴 외모에 호남 출신, 운동권 출신의 기용을 두고 한 말이었다. ‘기동민’이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름도 등장했다. 기자, 운동권, 민간인 출신의 약진을 비유한 것이었다.

문재인정부의 첫 내각 인선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번에는 유명대학, 시민단체, 민주당을 줄인 ‘유·시·민’이 등장했다. 중소벤처기업부를 제외한 문재인 정부 17개 부처 장관·후보자 가운데 11명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SKY 출신,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12명, 문 대통령 대선 캠프 더불어민주당 출신이 10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출신 대학인 고려대와 소망교회, 영남 출신 인사 기용을 두고 ‘고소영 내각’이라 했다. ‘강부자’라는 별칭도 있었다. 강남 부동산 부자 출신이 많다는 놀림이었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첫 인선에서는 가수 ‘성시경’의 이름이 빗대졌다. 성균관대와 고시, 경기고 출신 인사들이 중용됐기 때문이다.

이런 유명인 비유는 한낱 말장난 정도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비판적 의미가 담겨 있다. 내 사람만 기용하는 이른바 코드 인사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미국 16대 대통령에 당선된 링컨은 자신을 ‘얼간이’, ‘긴팔원숭이’라 조롱한 민주당 에드윈 스탠턴을 장관에 기용했다. 자신을 헐뜯었던 공화당 내 라이벌은 물론 민주당 정적까지 포용했던 것이다. 이런 링컨의 내각을 역사학자 도리스 굿윈은 ‘라이벌팀(Team of Rivals)라 했다. 능력 위주의 긴장과 견제, 통합을 위한 탕평인사였다. 

대선 과정에서 여러 번 탕평인사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 인사를 ‘유·시·민’이라 하는 데는 상당한 실망감도 내포하고 있다. 코드 인사가 국정 추진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예스맨’ 줄 세우기로 인한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으로 부작용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 평둔화(平鈍化)란 지적의 교육정책, 대안 없는 탈원전 등이 그 징후들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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