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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몰린 경북 동해안, 지진 대응방안] (5) 일본 모델에서 찾은 국내 첫 원자력안전협정

"원전 안전 확보 위해 대전시-유성구 감시 권한 강화"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등록일 2017년07월23일 20시33분  
대전시와 유성구는 5월 22일 한국원자력안전연구원과 지자체의 원전 감시 권한을 대폭 강화한 국내 첫 원자력안전협약을 체결했다. 대전시 제공.
글 싣는 순서

1 경북의 지진 발생 현황과 방재 체계

2 경북 동해안 원전의 지진 대응 체계

3 대지진 경험한 효고현의 지진 대응 체계

4 이바라키현의 원자력안전협정

5 일본 모델에서 찾은 국내 첫 원자력안전협정

6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원전 안전과 방재 체계
▲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보유한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전경. 대전시 제공.

원자력 발전소가 단 한 곳도 없는 대전은 원자력 안전과 관련한 현안이 얽혀있다. 시민들은 늘 안전 때문에 두려워하고 때로는 분노하기까지 한다.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품은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4개의 원자력 시설 때문이다. 방사성 폐기물 무단폐기 등 원전 안전과 관련한 이슈가 끊이지 않는 데에 반해 지자체와 시민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이다. 원전 이상으로 많은 양의 핵폐기물을 가진 대전이지만, 원자력 안전 대책이 정부 중심이어서 지자체가 감시할 권한도 지원받을 근거도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전시는 2017년을 ‘원자력 안전 격상의 해’로 선언했고, 일본 원자력안전협정에서 찾은 국내 첫 원자력안전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원자력 안전성 강화를 위한 민·관·정 협의회도 출범시켰다. 국내 전체 원전의 절반인 12기를 안고 사는 경상북도의 대처와 대조적이다. 일본 이바라키현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도입한 원자력안전협정에서부터 원자력 안전성 시민검증단 등 원자력 안전을 위한 대전의 노력을 소개한다.

대전시와 유성구, 한국원자력안전연구원, 시민단체 등이 지난 3월 일본 이바라키현을 방문해 원자력안전협정 도입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 불신만 주는 원자력 시설, 불안에 떠는 시민들

대전의 원자력 관련 기관은 5곳에 달한다.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보유한 연구·생산시설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비롯해 원자력 연료 생산·가공시설인 한전원자력연료,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 연구시설인 한수원중앙연구원, 동위원소 방폐물 보관시설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 4개 원자력 시설 있고, 원자력 안전규제·연구·교육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대전에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고체로 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3만967드럼에 액체 535㎥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전원자력연료, 원자력환경공단에 임시 보관돼 있다. 고준위 사용후핵연료는 자체발생분 863㎏과 외부 반입 3천351㎏ 등 4천214㎏이 있고, 1천699봉의 폐연료봉도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어느 기간 동안 사용한 후 끄집어낸 것인데, 이후 재처리할지 폐기물로 저장 또는 처리·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대전의 방사성폐기물 저장량은 부산의 고리원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이처럼 대전은 원전 입지 지역보다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원자력시설은 번번이 시민들을 실망하게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내 하나로 연구용 원자로 주변 하천수, 토양 및 농식물 등을 시민들이 직접 채취해 세슘-137 등 인공방사능 핵종을 확인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사용후핵연료 저장문제가 대표적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87년부터 2013년까지 21차례에 걸쳐 고리·한빛·한울 등 국내 원전으로부터 3t이 넘는 사용후핵연료를 반입한 사실을 쉬쉬해왔다. 특히 결함이 있는 손상핵연료봉 309개를 1998년 5월부터 2010년 5월까지 결함규명 등을 이유로 대전으로 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 때문에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위험물질인 사용후핵연료의 관리상황이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원자력안전연구원은 우라늄과 세슘 등 방사성 폐기물 109t가량을 허가 없이 녹인 데 이어 폐기물 소각시설 배기가스 감시기 측정기록까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내진 보강공사를 둘러싼 공사 전 설계검증 미흡과 졸속공사 시행 의혹까지 더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1995년부터 가동한 하나로의 고장 이력을 2005년 8월까지 10년간 정보를 빠뜨린 사실도 드러났다.

대전의 시민단체들은 “안전하다는 말만 내세운 원자력안전연구원에 속았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핵폐기물이 위협하는 상황에서 원자력안전연구원의 굴뚝까지 감사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개탄했고, 대전시와 원자력안전연구원이 소재한 유성구는 “원전 안전과 관련해서는 주민안전과 직결된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7월 12일 원자력 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지자체에 감시권한을 부여할 것 등을 요구하는 원자력 안전 민·관·정 협의회를 출범했다. 대전시 제공.
△ 지자체 권한에 방점, 국내 첫 원자력안전협정

지난 3월 일본 이바라키현과 도카이촌을 찾았다. 지자체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해 원전 운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이를 통해 주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한 일본의 원자력안전협정을 직접 보고 배웠다. 이후 대전시와 유성구는 지난 5월 22일 한국원자력안전연구원과 국내 첫 원자력안전협정을 체결할 수 있었다.

대전시 원자력안전협약의 핵심은 원자력 안전을 위해 지자체가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갖췄다는 점이다. 먼저 원자력 시설 주변 환경 방사능 측정조사를 연중 실시하고 그 결과를 설명회 등을 통해 시민에게 공개하도록 했고, 대전시와 유성구는 측정조사에 입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방사성 폐기물의 보관량과 증감사유, 원자력 시설의 방사선 안전 관련 정기·수시검사 계획과 결과 또한 대전시와 유성구에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고준위 방사성 물질 등을 사용한 새로운 실험이나 사용후핵연료 등 반입·반출 때 지자체와 협의하도록 했고, 원자력 시설의 사고나 고장이 생기면 지자체에 통보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 밖에도 긴급상황 발생으로 시민의 안전 확보가 필요할 경우 원자력 시설에 직접 방문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재해 발생으로 주변 지역 시민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법령에 따라 신속하게 배상·보상하도록 규정했다.

김영환 대전시 원자력안전담당은 “대전의 지역적 특성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연구원의 특성을 적용해 국내 첫 안전력안전협약이라는 첫 단추를 끼웠다”며 “원자력 사업자에 대한 지자체의 강력한 감시 권한과 투명하고 자발적인 원자력 사업자의 정보공개와 더불어 대전시가 만든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의 역할까지 보태 성공적으로 협정을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지난 3월부터 원자력 시설 안정성 시민검증단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 원자력 안전을 위한 대전의 더 큰 노력

국내 첫 원자력안전협정을 일궈낸 대전시는 원자력 안전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꾸준히 실천해왔고, 향후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4월 28일에는 원자력 안전 사무의 범위와 역할, 시민검증단 운영 근거에서부터 시장의 책무, 원자력 안전 대책 조사 등을 빼곡히 담은 ‘원자력 안전 조례’를 제정했고, 3월에는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을 발족시켜 하나로 내진보강공사 부실의혹, 사용후핵연료 관리문제, 방사성폐기물 무단폐기 등에 관한 확인과 검증 작업을 벌이는 등 원자력 시설에 대한 안전 검증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또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에서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가 날 때 대전시민 150만 명 전체가 안전지역으로 대피하는 데 32시간이 걸린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주민 대피로를 신설하고 원자력 시설 주변 순환도로를 새로 만드는 계획을 수립했으며, 새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는 원자력 관련 종합방재(방사능방재) 훈련센터 대전 유치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나아가 대전시는 원자력 안전과 관련한 자치단체의 권한 부여를 법제화할 수 있도록 국회와 중앙정부에 원자력안전법 개정을 꾸준히 제기했고,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하도록 힘썼다. 이와 더불어 원자력 시설 내에 보관 중인 방폐물까지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 신설과 지방세법 개정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홍성박 대전시 안전정책과장은 “사용후핵연료 반입과 방사성 폐기물 무단폐기 등 원자력 안전 문제는 대전의 큰 사회적 이슈인데도 시민과 지자체의 감시권한은 물론 주변 지역 지원대책도 없이 홀대받아왔다”며 “‘원자력 안전 없이 대전의 미래는 없다’는 일념으로 7월 12일 출범한 민·관·정 협의회는 대전시민의 안전을 위한 지자체와 시민단체의 감시권한 강화에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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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준수 기자
  • 법원, 검찰청, 경찰청, 의료, 유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