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30명 중 10여명 중태…38℃ 폭염속 차량 에어컨 고장

멕시코 국경과 가까운 미국 텍사스 주(州) 샌안토니오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트레일러에서 시신 8구와 부상자 30명이 발견돼 연방이민국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부상자 중 한 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져 전체 사망자는 9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불법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조직이 관련된 범죄인 것으로 보고 국토안보부 이민세관국(ICE), 세관국경보호국(CBP)과 공조해 수사 중이다.

사망자들은 냉방장치가 고장 난 트레일러에 갇히면서 뜨거운 차량 속에서 견디지 못해 질식, 호흡곤란, 뇌손상 등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부상자 30명 중 10여 명이 중태여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샌안토니오 35번 주간 고속도로 변에 있는 월마트 주차장에 있던 18휠 세미 트레일러에서 한 명이 뛰쳐나와 월마트 종업원에게 물을 달라고 요청했다.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이 종업원은 물을 가져다준 뒤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 트레일러 뒤편에서 8명의 사망자와 부상자 30명을 발견했고 부상자를 인근 7개 병원으로 나눠 후송했다.

이들 중 일부는 응급처치 도중 측정한 심박 수가 분당 130회 이상으로 올라갔으며 심각한 뇌 손상이 우려되는 상태다.

찰스 후드 샌안토니오 소방국장은 “트레일러에 있던 사람들을 만져보니 피부가 매우 뜨거운 상태였다”고 말했다.

부상자 중 2명은 학생 연령대의 청소년이다. 최연소자는 15세다.

시신 8구는 전혀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아 일단 꼬리표를 붙여 인근 벡사카운티 검시소로 옮긴 뒤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윌리엄 맥매너스 샌안토니오 경찰국장은 기자회견에서 “끔찍한 비극”이라면서 “우리는 오늘밤 인신매매 범죄의 현장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트레일러의 에어컨이 고장 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또 트레일러 내에 물이 있었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전날 오후 5시 샌안토니오 지역의 기온은 화씨 101도(섭씨 38.3도)였으며 밤 10시에도 화씨 90도(섭씨 32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월마트 CCTV를 통해 주차된 이 트레일러로 차량이 다가와 살아있던 탑승자 일부를 데려간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트레일러 운전자를 체포해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운전사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트레일러가 어디에서 왔는지, 샌안토니오에 얼마나 머물렀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 이민국의 리처드 더빈 연방검사는 성명에서 “끔찍하게 잘못된 외국인 밀입국 시도를 발견했다. 모든 희생자는 인간의 생존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무자비한 인신매매 범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비극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빈 검사는 “희생자들은 수송자의 손에 의해 무력하게 얽매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겪은 고통을 생각해보라”라고 말했다.

텍사스 오스틴대학의 한 전문가는 전체가 금속 소재로 이뤄진 트레일러 구조로 볼 때 차량 내 온도가 화씨 173도(섭씨 78도)까지 치솟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차량이 움직이는 오븐과 같은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샌안토니오의 사건 현장은 미국과 멕시코 누에보레온 주(州) 사이의 국경에서 차로 약 2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

CBP의 한 관리는 “트레일러에 갇혀있던 사람들이 걸어서 멕시코 국경을 넘어온 뒤 어디론가 수송되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CE 기록으로는 2003년에도 텍사스 남부에서 멕시코 출신 밀입국자 19명이 버려진 우유 수송 트레일러에 갇혀 집단 질식사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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