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원 경북생명의숲 상임대표·화인의원 원장

요즘 포항의 영일대해수욕장 일대에서는 그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각종 거리공연과 전시 등 크고 작은 행사와 이벤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찜통더위를 피해 이곳으로 모여든 시민 관객들의 반응도 호응적인 편이다. 이러한 모습들이 아직은 다소 낯설고 새롭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에 익숙해지다 보면 이 또한 매력적인 지역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시민들의 문화 욕구는 그에 비례한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도시의 문화 수준이 그 도시의 품격과 경쟁력을 나타내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따라서 포항이 품격과 경쟁력 높은 매력적인 도시로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지역 문화의 수준을 점차 높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화예술인들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면서 자신의 전문성과 끼를 마음껏 발휘하는 것은 물론 이 분야 인재들의 역외 유출을 막고, 나아가 이들을 유인할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기반, 즉 예술대학의 포항유치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특히 포항은 도시의 이미지개선과 미래 지향성, 현재 산업의 가치성 제고 등의 측면에서도 예술대학 유치의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포항은 철강 도시로 굳어진 도시이미지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당장 사양화된 철강으로는 도시의 성장과 시민의 삶의 질 제고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 나갈 수 없는 형편이다. 해양문화관광산업 등 산업의 다양화를 통해 제2의 도약에 나서야 하는 게 포항이 당면한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 지금은 하나의 박물관, 미술관, 대학, 축제 등이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시대이다.

다음은 창조도시 건설이라는 도시의 미래 지향성 측면에서도 그렇다. 포항을 비롯해 대다수 도시가 지향하는 창조도시 조성의 승패는 뛰어난 과학기술과 풍부한 문화예술의 기반에 달려있을 것이다. 포항은 이들 분야가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들을 끊임없이 발아시켜 나갈 때 비로소 창조도시의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역산업의 가치성 제고를 위해서다. 오늘날 지구촌은 과학기술의 보편화로 인해 어지간한 제품의 품질은 거의 평준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품질 평준화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그래서 세계 일류기업들은 제품의 디자인에 승패를 걸고 있다.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경쟁도 결국은 디자인의 경쟁이다. 그래서 21세기를 디자인 시대로 부르기도 한다. 산업도시 포항의 경쟁력 또한 디자인에서 나온다는 측면에서 예술대학은 반드시 유치되어야 한다.

포항은 예술대학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있다. 포항문화재단이 힘차게 출발했고, 2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포항예술고가 있으며, 많은 학생이 문화예술인을 꿈꾸며 예술대학 입학을 위해 땀을 쏟고 있다. 아울러 예술대학을 유치할 역량을 가진 대학과 세계적 철강기업인 포스코가 있다.

필자의 사견이지만 포스코가 세계적인 공과대학에 이어 명실상부한 예술 단과대학 설립을 주도한다면 융·복합산업시대를 선도하고 견인하는 기업, 오늘의 지식산업사회를 넘어 다가올 감성산업사회를 준비하는, 그야말로 지역사회와 상생·성장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세계적 초일류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포항의 예술대학 유치는 여러 측면에서 필요성이 강조되고, 그 기반 또한 튼실하다. 포항시와 시의회, 지역 대학과 문화계, 여기에 경제계가 참여하는 유치위원회를 발족시켜 지역 여론을 수렴하면서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자. 마침 오늘(26일)부터 5일간 포항을 대표하는 불빛축제의 막이 오른다. 이참에 예술대학 유치라는 희망의 불빛을 영일만에 쏘아 올리자. 이는 다름 아닌 포항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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