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눈만 봐도 말들이 파도처럼 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양이 감정을 안고 있다
마감 시간 같은 저녁이 무거운 걸까
일과 감정이 얽힌 저녁에서
일만을 도려내는
관계와 관계에서 문제만을 벼려내는
빗방울 가르는 칼 한 자루 없어서일까

식칼이라도 은빛으로 벼려 놓지 않았기 때문일까
칩거해도 자전 축 만큼 세상으로 기울어지는 쓸쓸함
그대와의 침묵 중에도
허탄한 꽃들 피우는 입술의 화단
몸 어딘가에 쌓인 말들의 퇴적층을 뚫고
튀는 말들을 타고 오르는 감정

말을 도려내고 감정만 수용할까
감정을 벼려내고 말만 수납할까 생각에 잠길 때
그런 칼 하나 들이대고 싶을 때
가을은 바람의 칼로 나무는 상처내지 않고
들끓는 잎들만 댕강댕강 벤다




감상)한 차례 소나기가 지나갔다. 마른 시멘트 바닥이 순식간에 물의 바닥이 되었다. 오랜만에 찾아 온 소나기를 구경하느라 사람들이 창가로 몰려들었다. 어딘가에서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했지만 우리는 소나기가 한 나절 정도는 그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들 했다. 비는 잘라지는 것이 아니기를 바라며…(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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