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하면 토지 소유권을 넘겨주기로 약속한 아버지가 이를 지키지 않았는데, 딸이 결혼 후 약속을 지키라며 아버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딸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지법 제4민사부(이상오 부장판사)는 20대 A씨가 60대 아버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딸에게 1억5천545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씨는 2009년 7월 22일 자신 소유의 밭 826㎡(약 250평)을 딸에게 증여하되 소유권 등기는 결혼하면 넘겨주기로 약속했다. 그날 “해당 땅을 결혼을 조건으로 넘기기로 약속함”이라는 내용의 각서도 썼다. 하지만 B씨는 한 달 뒤 다른 사람에게 1억5천500만 원을 받고 판매한 뒤 소유권을 넘겼다.

2015년 10월 26일 결혼한 딸 A씨는 아버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 책임이 아버지 B씨에게 있다는 주장을 담아서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버지 B씨가 딸 A씨 명의의 통장을 발급해 사업자금 입출금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2009년 7월 15일 A씨가 분실신고 후 통장을 재발급받아 비밀번호를 바꿔버렸다. 통장에 있던 수천만 원도 모두 써버렸다. 아버지 B씨가 어머니와 이혼 후 양육비를 거의 주지 않았기 때문에 딸 A씨는 양육비 등의 명목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에 B씨는 통장을 돌려받기 위해 각서를 써줬기 때문에 증여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평소 부모가 자신이 일군 재산을 자식에게 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하더라도 부모 자식 간에 법적 구속력을 각오하고 각서를 문서화 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모 마음이 바뀌면 재산 형성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자식으로서는 그것으로 그만”이라면서 “각서 작성경위와 조건 문구를 보면 통장을 반납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각서에 터 잡은 원고의 주장은 더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항소심부의 판단은 달랐다.

아버지 B씨가 직접 작성한 각서인데도 통장 반환에 관한 기재가 전혀 없는 점, 각서를 작성하고 한 달도 안 돼 땅을 팔아버린 점 등에 비춰 보면, 설령 딸 A씨가 통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이 각서 작성의 계기가 될지라도 통장을 반환하는 것이 이 사건 증여계약의 조건이 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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