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흔한 것이 소금이다. 하지만 옛날에는 소금이 귀해서 금과 똑같은 비율로 교환되는 등 화폐의 기능을 하기도 했다. 소금은 세금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로마 시대 군인들은 봉급을 곡식이나 돈 대신 소금으로 받았다. 봉급이란 영어 단어 ‘Salary’는 라틴어로 ‘SALT’(소금)라는 말과 ‘ARIUM’(나누어주다)이라는 두 말이 합쳐진 데서 왔다.

프랑스 루이 14세의 재상 콜베르는 프랑스가 합병한 지역에 소금세를 부과해 주민들의 격렬한 원성을 샀다. 원성에도 불구하고 소금세 징수는 루이 16세 왕까지도 계속됐다. 시민들은 불필요한 소금이라도 매년 일정량을 고가로 매입해야만 했다. 근대 민주주의를 낳은 1789년 프랑스 혁명은 루이 16세가 삼부회를 소집, 세금을 올린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인도의 간디는 1930년 3월 12일 영국의 소금세 부과에 항의하기 위해 79명의 동지와 함께 ‘소금행진(Salt March)’을 벌인다. 25일 동안 수천 명의 군중은 걸어서 인도 서부 단디 해변에 도착한다. 이들은 무자비한 영국 경찰의 곤봉세례에도 불구하고 바닷물을 손에 적셔 말리는 행위를 계속했다. 손으로 적은 양의 소금이지만 직접 만드는 행위를 보여준 것이다. 

동양에서는 9세기 말 당나라가 소금전매 형식으로 세금을 거둬들여 민중을 수탈했다. 중요한 생필품인 소금을 정부가 독점 판매했다. 정부가 소금을 독점한 이후 소금 전매수입은 총 재정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매 전에는 소금 한 말에 10전 하던 것을 소금에 소비세 성격의 세금을 붙여 300전까지 올려 팔았다. 소금장수 황소가 이 같은 소금세 부과에 불만을 가진 국민을 규합, 전국적 봉기를 일으켜 당을 멸망으로 이끈 ‘황소의 난’을 일으켰다. 

문재인 정부의 세금인상 논의가 본격화 됐다. 최저임금 지원,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서민복지 확대 등 100대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178조 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 정부 여당은 ‘명예세’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각각 법인세와 소득세를 올리자고 한다. 이렇게 해도 연간 추가 세수가 3조7천800억 원에 그쳐 국정과제 실천엔 턱없이 부족하다. 소금세라도 매겨야 할 판이다. 증세안을 국민에게 진솔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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