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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한 변호사
우리 헌법은 공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형사피고인의 기본적 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27조 제3항 제2문에서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한편, 제도적 보장으로서의 재판공개제(裁判公開制)를 규정한 헌법 제109조의 규정은 이렇다.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다만, 심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는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재판공개제는 공정한 재판을 담보하여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근대적 재판제도의 근본원칙 중 하나다. 본래, 재판의 공개주의는 ‘재판의 비밀주의(秘密主義)’에 대립되는 개념이다.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공개하면 법복귀족(法服貴族)이라 불리던 그들(법조인들)만의 재판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여론의 감시하에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일은 사법에 대한 신뢰의 제고를 위하여도 반드시 요구된다고 본 것이다. 죄형법정주의가 확립되어 있으며 피고인을 위한 소송절차가 완비된 현대에 이르러 오히려 피고인의 명예나 비밀을 위하여 형사피고인 또는 소송당사자의 요구가 있을 때는 공개를 정지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부분적으로만 지지받을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성폭력 피해자와 같은 경우에 무조건적인 재판 공개주의를 고집하다 보면,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추측할 수 있는 정보 등이 공개되어 다시 한 번 큰 정신적인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이런 제한적인 경우에만 재판 공개 원칙의 부분적 제한이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번에 새로 두 분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그 정원(定員)이 모두 채워진 가운데 최근 개최된 대법관회의에서 재판공개, 그중에서도 재판절차의 방송 허용 여부에 대한 규칙을 개정하였다.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에 대한 개정이 바로 그것이다. 기존의 ‘촬영 등 행위는 공판 또는 변론의 개시 전에 한한다’는 규정을 ‘촬영 등의 행위는 공판 또는 변론의 개시 전이나, 판결 선고 시에 한한다’는 규정으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 또한, ‘재판장은 소송관계인의 변론권·방어권 기타 권리의 보호, 법정의 질서유지 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촬영 등 행위의 시간·방법을 제한하거나 허가에 조건을 부가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이제 재판장의 허가를 받으면, 1·2심 주요사건에 한하여 판결 선고에 대한 중계방송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 주요 이슈로 보도되고 있다. 가장 본질적인 내용은 촬영 등에 피고인의 동의를 요하도록 하면서도, 주요사건의 경우에는 당사자의 동의 여부에 불구하고 ‘촬영 등 행위를 허가함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촬영 등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개정 내용은 실은 매우 미흡하게 느껴진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과정과 대통령 박근혜 탄핵심판 과정은 헌법재판소의 홈페이지에서 지금도 그 전 과정을 모두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영상물은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역사교과서다. 이번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도 달리 볼 이유가 없다. 국정 농단 사건의 피고인들이 ‘개인적 인권’을 내세우면서 재판 공개 등을 거부하더라도 법원은 단호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도 이번 보도자료 마지막에 덧붙여 둔 약속 -재판중계방소 실시 결과를 바탕으로 재판중계방송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임 -이 하루속히 현실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하여 더 자주, 더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재판도 실은 국민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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