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본적은 늦가을 햇볕 쪼이는 마른 잎이다. 밟으면 깨어지는 소리가 난다.
나의 본적은 거대한 계곡이다.
나무 잎새다.
나의 본적은 푸른 눈을 가진 한 여인의 영원히 맑은 거울이다.
나의 본적은 차원을 넘어 다니지 못하는 독수리다.
나의 본적은
몇 사람밖에 안 되는 고장
겨울이 온 교회당 한 모퉁이다.
나의 본적은 인류의 짚신이고 맨발이다.




감상) 아버지는 서당 다닌 지 사흘 만에 한글을 다 깨우쳤다 하셨다. 낯선 한자를 내밀면 어깨너머로 배운 한자다 하시면서 척척 읽어주곤 하셨다. 아버지의 공식적인 학력은 무학이다. 그런데도 대학을 졸업한 나보다 한자를 더 많이 알고 세상을 더 잘 읽으셨다. 나는 적을 두고도 갈팡질팡하는데 아버지는 아무 적이 없다 하시면서도 한 번도 흔들리지 않으셨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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