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않고, 진정한 무사는 겨울날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을 쬐지 않는다” “검사가 활동하기 때문에 시민은 평온을 누린다” 이명재 전 검찰총장이 검찰의 도덕성을 강조한 취임사의 구절이다.

“검찰이 개혁의 주체가 돼야지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우리는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집단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개혁 회오리가 거세게 불던 국민의 정부 첫해 김태정 검찰총장은 검찰이 국가 사정기관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부인이 옷 로비 사건에 연루돼 법무장관이 된 지 16일 만에 옷을 벗었다. 그 뒤 수사문서 유출사건으로 구속되는 치욕을 겪었다.

신승남 전 총장은 취임사에서 “국민을 편안케 해 주는 검찰, 국민의 한을 풀어주는 검찰”을 강조했으나 동생이 이용호게이트에 연루돼 검찰을 떠나야 했다. 검찰총장들의 다짐과는 달리 검찰이 정치권의 시녀로 전락 된 것은 정치권력의 외풍으로부터 검찰을 지키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가진 검찰총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인사특혜, 권력공유, 신분상승을 위해 권력 주변에 줄 서고 시키지도 않는데 권력의 입맛에 맞게 앞장서서 시녀역할을 했다. 특히 정권 전환기에 일부 정치검사들이 비열한 행태를 보여 검찰이 국민에 외면당하는 비참한 상황을 맞았다. 칼에는 눈이 없다. 칼을 쥔 사람이 찔릴 수도 있다” 항명 파동으로 면직됐다가 복직한 심재륜 건 고검장은 퇴임사에 검찰의 시녀화에 대한 신랄한 자아비판을 쏟아냈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야말로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가치다” 노무현 정권 시절 법무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 발동으로 스스로 사퇴한 김종빈 검찰총장은 퇴임사에서 검찰의 독립을 절규했다. 검찰 독립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여줬던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검찰독립을 위해선 총장 5명 정도는 옷을 벗어야 한다”며 “외풍을 막으라는 의무와 권한을 가진 검찰총장이 이를 해내지 못하면 자리를 떠나야 된다”고 못을 박았다.

문무일 새 검찰총장은 선배 총장들의 절규를 깊이 새겨 청와대에 맹종 않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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