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험차량·마구잡이 채용

목숨을 담보로 시내주행은 시속 160km, 경주까지는 시속 200km로 달린다고 말하는 포항지역 한 대리운전기사 김모씨(29).

정확히 말하면 김씨는 대리운전자들을 태워 이동하는 일명 ‘커버차량’운전기사다.

커버차량은 대리운전 사무실로 걸려오는 일명 ‘콜’을 받으면 콜한 고객이 있는 곳까지 대리운전기사를 태워주고 다시 태워오는 차량이다.

1년 6개월째 이 일을 하고 있는 김씨는 이 바닥에서 알아주는 실력을 가진 운전기사 중 하나다.

김씨의 가장 큰 경쟁력은 스피드, 최대한 빠른 시간에 고객이 있는 곳까지 손살같이 달려가는 대리운전기사를 공급하는 특별한 재주를 가진 덕에 마니아 수준의 단골고객까지 있을 정도.

이런 김씨가 지난 20일 밤 9시 30분께 포항시 남구 대이동 모식당 앞에서 추돌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치료중이다.

그 날도 평소처럼 일을 하기 위해 대이동 부근에서 콜을 기다리던 김씨는 때마침 걸려온 콜을 받고 대리운전기사를 태우고 차량을 운행해 시속 50km 주행중 골목에서 갑자기 나온 차량이 김씨 차량 조수석을 들이받았다.

공교롭게도 김씨 차량을 들이받은 차량 또한 타 업체 대리운전차량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항상 대두되는 대리운전업계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지금까지 매스컴을 통해 제기된 무보험차량 영업과 이런 피해를 당하지 않는 법 등에 대해서만 다뤘지 이런 현상이 생기는 원인이나 대안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보수가 적다는 이유로 이 일을 기피하는 탓에 업체마다 정직원 구하기가 어려워 초보운전자나 여성운전자, 아르바이트 운전자를 고용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일부 업체는 어느 정도 사세를 확장한 후 프리미엄을 얹어 되팔기 위해 수단으로 겉핥기식 파행운영을 하는 것 또한 대리운전업 전체의 질을 떨어뜨리고 요인이 된다.

무엇보다도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손님들의 의식이 조금만 바뀌면 사고나 문제점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하루평균 10시간 가량 근무해서 받는 돈이 고작 100만원도 되지 않아 정직원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며 “무조건 빨리 빨리를 외치는 술 마신 손님들이 대부분이라 타 업체에 손님을 뺏기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이렇다 보니 손님차를 대리운전 할 때는 사고가 없는데 커버차량 운행시 발생하는 사고가 대부분”이라며 “물론 업체마다 자정활동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님들이 10∼20분만 여유를 갖고 미리 콜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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