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자치단체마다 인사철이 되면, 명예퇴직과 공로연수가 신문 동정 란의 일정 부분을 메운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예외는 아니다. 대구시만 하더라도 올해 들어 5급 이상 공무원 62명이 공로연수 중이거나 명예퇴직을 했다. 내년 퇴직 예정자는 60여 명에 이른다.

공로연수는 ‘정년퇴직 예정자의 사회적응 준비’를 목적으로 1993년 지방공무원 인사분야 통합지침(행정자치부 예규)에 의해 도입됐다. 경력직 지방공무원 중 정년퇴직일 전 6개월 이내인 자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본인의 희망이나 동의가 있는 경우에 정년퇴직일 전 6개월 이상 1년 이내인 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공로연수제도가 작금 대구시 내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는 이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대구시청 공무원노조도 가세하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대구시가 지난달 초 하반기 인사를 하면서 S(5급) 씨를 포함 16명을 공로연수 내정자로 인사발령을 하면서 불거졌다. S 씨는 본인의 동의 없는 공로연수를 갈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공로연수 거부 의사를 밝힌 것. 이에 시청 포털 자유게시판에는 후배를 위해 S 씨가 공로연수를 가야 한다는 주장과 강제 공로연수 반대론이 맞서고 있다.

여기에 시민단체와 대구시 공무원노동조합연대가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아 충돌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대구경실련 등은 공동성명을 통해 대구시가 이 여성공무원에 대한 공로 연수 강요와 인권침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대구시 공무원노동조합연대는 대구시 공무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근거 없는 성명을 시민단체는 즉시 철회하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개인 한 명이었지만, 사실 공로연수는 전체 공직 사회의 관심 사항이기도 하다. 법정으로 비화 된 사례도 종종 있었다. 법원은 자치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1년 경남 사천시에 근무하던 이 모(60) 씨는 정년퇴직을 10개월 앞두고 자신이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공로연수 발령을 했다며 사천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인 이 씨에게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2심인 부산고법은 원고의 청구를 각하해 이 씨에게 사실상 패소 결정을 내린 것이다. 대구지법과 광주고법에서도 비슷한 사유로 공로연수 대상자가 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역시 공무원이 패소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줄줄이 퇴직하면서 공직사회의 세대교체가 빨라지고 있다. 퇴직 예정자의 절반 이상이 공로 연수에 들어가고 있다. 지금 일부에서는 공로연수 동안 놀면서 먹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여기에 혈세 지출도 엄청날 거다. 공로연수가 뜨거운 감자로 대두하고 있다.

사회적응 준비라는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인사적체 해소 수단으로 둔갑하고 있는 이 제도를 다시 한번 되뇌어 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지금도 대구시 S씨가 소속된 그 팀(계)에는 실무사무관과 승진내정자를 포함 5급이 3명이 동시에 근무하고 있다. 기형적이며 불편한 조직 형태가 한 달 넘게 지속하고 있다. 늦었지만 대구시가 이들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해 줘야 할 방안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시청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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