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피해 268일 만인 25일 베네시움에서 재개장

서문시장 4지구 대체상가 베네시움이 개장했다. 27일 대구 중구 동산동에 위치한 베네시움 상가에서 상인들과 시민들이 즐거운 모습으로 상품을 보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이제 재기할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불탄 자리를 대신한 베네시움에 둥지를 튼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 4지구 상인들은 활력이 가득했다. 재개장 3일 만인 27일 만났다.

지난해 11월 화마가 서문시장 4지구 상인들의 전 재산을 집어삼킨 이후 268일 만인 25일 베네시움에서 재개장식을 했다.

서문시장 4지구에서 20년간 속옷을 팔아온 박성태(49)씨와 원희정(47·여)씨 부부는 손님을 맞이할 기대감에 한껏 들떠 있었다.

불이 나기 전 이들은 하루 매출 1천만 원을 자랑했지만, 큰불이 휩쓸고 간 뒤 모든 것을 잃었다. 새벽에 불이 났다는 전화를 받고 박씨는 급히 뛰어갔지만 이미 가게는 손쓸 수 없는 지경이었다.

박씨는 지나친 음주와 스트레스로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고, 원씨는 우울증 증세로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수면제를 먹어야 잠들 수 있을 지경이 됐다. 그런데도 부부는 다시 일어서 장사를 시작했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박 씨는 “예전에 비하면 매출이 20%밖에 되지 않지만, 생활비만 벌 수 있어도 너무 감사하다”면서 “자리 배치가 아쉽긴 하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웃었다.

4층에서 이불을 판매하는 김영오(55·여)씨는 9개월 만에 만난 단골손님과 연방 웃음꽃을 피웠다. 김씨는 “30년간 이불을 팔면서 만난 단골손님들이 많은데 이렇게 직접 찾아와주니 너무 고맙다”며 “손님들을 위해 가게 이름과 명함을 예전이랑 똑같이 만든 게 도움이 된 거 같다”고 말했다. 단골손님 전선숙(55·여)씨는 “7년 전 큰딸 결혼준비부터 작은딸 혼수까지 여기서 다 했다”며 “여름 이불도 못 사고 있었는데 드디어 찾아 기쁘고 반갑다”고 말했다.

상인들에게 재개장의 기쁨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닥칠 어려움을 생각하면 벌써 걱정이 앞선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 다음 달부터 관리비를 내야 한다. 아직 상가가 운영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한 관리비는 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스비와 전기요금, 건물 청소비 등 각종 요금이 만만찮을 않을 것으로 보여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계속해서 장사 할 수 있는지도 상인들의 걱정 중 하나다. 2년 6개월 동안은 임대료 없이 장사 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

4지구 건물이 복구돼도 다시 입주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도 상인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화마로 입은 금전적 피해와 재기를 위해 사용한 자금도 상인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김영오씨는 화재 당시 4억 원 가까운 피해를 봤지만, 보험금은 딴 나라 이야기였다. 대출을 받아 새로 장사에 나섰지만 지금 수입으로는 원금은커녕 이자 갚기도 벅찬 상황이다.

박성태 씨 부부는 “화재보험으로 겨우 3천만 원을 손에 쥐었는데, 건물주 위임장을 받아내야 하는 등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며 “4지구 건물이 다시 들어서도 건물주들이 임대를 안 해주면 방법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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