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가지는 소망이나 절망은 언제나 그 사람을 앞질러 간다. 그러므로 누구도 거기에 도달할 수는 없다. 도달점이라 생각한 곳에 이르면 그것들은 벌써 그곳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소설가 한무숙이 ‘나를 앞질러 간 소망과 절망’이란 글에서 희망이나 절망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정규직 전환의 꿈에 부풀어 있던 기간제 교사 3만2700여 명의 희망이 무산됐다. 3만2700여 명의 소망과 절망이 그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들을 앞질러 간 것이다. 영어회화 강사, 초등 스포츠 강사 등 5개 학교 강사 직종도 정규직 전환에서 빠졌다. 이들의 수도 7309명이나 된다.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이 결정된 직종은 유치원 돌봄교실 교사 299명과 유치원 방과 후 과정 강사 735명이 고작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0)’를 약속했지만 실제로 교육 분야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교사와 강사 비중은 전체 4만1077명 증 1034명으로 3%에도 미치지 못한다.

교육부가 비정규직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정규 교원 채용 과정에서 임용시험이라는 공정성이 무너진다면 사회적 논란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고 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말할 때부터 여러 곳에서 제기했던 문제다. 전국의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놓고는 이제 와서 공정성을 운운하는 것은 극히 무책임한 일이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허울 뿐인 정책이고 전국 4만7000여 명(사립학교 포함)의 기간제 교사들을 농락한 행위”라고 했고, 민주노총도 “정부가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정규직화 제로’ 정책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희망고문을 가했다”고 했다.

정부의 실천하지 못할 포퓰리즘 정책 공약 남발이 부른 ‘희망고문’이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 우선 대상을 852개 공공기관 근로자 184만 명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파견용역 근로자 약 31만 명으로 설정했다. 기간제교사처럼 희망을 안고 있다가 절망감에 잠 못 이룰 근로자들이 또 얼마나 될지 우려스럽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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