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운령 전 포항영신고 교장

‘줄탁동시(?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닭이 알을 깔 때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해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 (啄)이라 하는데,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사제지간(師弟之間)이 될 인연이 있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짧지 않은 교직 생활을 통해 ‘줄탁동시(?啄同時)’의 의미를 실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학생들이 혼자 해결하기 힘든 과제가 있을 때, 선생님의 작은 힘이 보태지면 훨씬 수월해진다. 학부모가 자녀교육에 어려움을 하소연할 때 학교가 제공하는 정보가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어느 한쪽의 힘만으로는 변화와 발전이 어려운 것도 공동의 에너지가 모이면 그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얼마 전에 포항시가 지역의 교육문제를 바로 해결하기 위해서 일선 학교를 포함한 교육지원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존의 교육지원 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단다. 여기에 자녀들의 진로와 인성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대도시와의 정보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데 따른 해결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란다.

이를 위해서 포항시와 교육계를 비롯해 시민대표들로 구성된 ‘교육발전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인성교육을 포함한 각종 교육현안과 중장기 계획을 논의하는 한편, 경북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진로교육지원센터’를 설립해 학생 개개인이 사회적으로 자기실현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도 내놨다.

평생을 일선 교육현장에서 일해 왔던 교육자의 한사람으로서 포항시의 계획에 환영과 함께 전폭적인 지원의 마음을 전한다. 진로교육의 기회가 수도권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는 이강덕 포항시장의 구상에 박수를 보낸다.

장기적이고 큰 안목에서 인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미래역량 교육에서부터 당장의 현안을 함께 풀어갈 진로와 진학 교육까지, 그리고 초·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전문가 교육까지를 아울러 추진하겠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이제 포항시가 그려갈 교육 청사진에 앞서 교육계에 몸담았던 한사람으로 몇 가지 당부와 건의를 정리해봤다. 우선 시민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여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주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어느 특정 수요층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특성에 맞는 현실적인 운영이 되어야 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무엇보다 뚝심 있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어떤 사업이든 추진하는 과정에는 분명 착오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다. 아니 처음 가는 길이기 때문에 생각지도 않았던 복병들이 나타나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하나둘씩을 착실히 보완해 나가면서 변화와 발전을 위해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제 포항시 교육 발전의 또 다른 역사가 시작됐다. 지자체와 교육계가 힘을 더하여 미래의 주인공인 우리 청소년들이 시원하게 껍질을 깨고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함께 힘이 되어줘야 할 것이다. 든든한 교육공동체가 되어서 말이다. 청소년의 희망을 함께 그리고 싶은 교육자로서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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