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1등급의 사과 한 상자 가격과 하등품 10상자 가격이 맞먹을 정도다. 최상급의 사과 한 상자가 10만 원 정도라면 일반적인 사과는 3~4만 원, 하등품은 상자당 1만 원도 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과 주산지이자 명산지인 경북에서는 친환경 사과 생산 과정을 자세하게 쓴 베스트셀러 ‘기적의 사과’ 저자 기무라 아키노리씨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천재지변으로 인해 사과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꽃이 필 무렵에 기온이 너무 떨어져 제대로 개화를 못 한다거나, 과육이 한창 불어날 때 우박이 내린다든지 하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농민들은 손쓸 방법이 없다. 지난 19일 오후에 안동과 청송, 문경, 예천 등에 느닷없이 우박이 쏟아졌다. 수확을 앞둔 사과가 온통 우박에 찍혀 상품 가치가 없게 됐다. 우박은 지름이 1~2㎝ 안팎으로 큰 것은 500원짜리 동전만 한 것도 있었다고 한다. 모두 960㏊의 사과밭이 우박피해를 입었다니 한가위를 앞둔 농민들의 한숨이 깊을 것이다. 

경북지역에는 지난 6월에도 우박이 내려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영주, 봉화, 영양, 의성 등 경북 북부지역에 지름이 최대 3㎝ 나 되는 ‘골프공 우박’이 쏟아져 농작물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때는 농작물 피해가 4천400㏊나 됐다. 막 적과를 끝낸 사과밭의 피해가 가장 컸고, 고추, 수박, 자두, 복숭아, 담배 등 밭작물이 아작났다. 

우박은 뜨겁게 가열된 지표면에서 강한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간 수증기가 영하 10℃ 이하의 구름층에서 얼음 알갱이로 변해 생긴다. 무거워진 알갱이는 아래로 떨어지면서 다른 알갱이와 뭉쳐져 더 커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때 다시 강한 상승기류가 생기면 얼음 알갱이를 다시 위로 밀어 올린다. 이런 상승과 하강을 계속하다 보면 점점 얼음은 커지고 일정 크기가 되면 상승기류를 뚫고 지면으로 떨어진다. 

하여튼 우박을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으니 문제다. 해마다 반복되는 농작물 피해를 보상 받기 위해서는 농작물 피해 보험에 가입하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보험으로 멍든 농심까지 보상받을 수는 없겠지만.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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