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용섭 삼국유사사업본부장
우리나라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국가적 과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국가안보이며 다음이 경제안정과 발전이다. 그다음은 논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회갈등의 해결과 복지, 차세대에 대한 교육, 한민족 통사(通史)의 정립과 민족 정체성의 확립 등의 순으로 생각한다. 여기서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는 교육에 관하여 관견(管見)을 피력하고자 한다. 지인과의 차담에서 들은 얘기다. 어느 초등학교 1학년생 사이 벌어진 다툼에서 한 학생에게 ‘가해 학생’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고 접근금지조치가 내려져 결국 다른 학교로 전학 갔다고 한다.

문명의 변천과 전망은 주로 미래학자들이 진단하는 것인데, 다니엘 핑크가 이야기하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재능, 여섯 가지는 곱씹을수록 절묘한 지적이며 탁월한 견해다. 그리고 이들은 미래가 아니라 벌써 일상이 되었고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는 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인류 문명은 농경사회, 산업사회, 지식사회로 발전하였는데, 이제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면서, 새로운 시대는 인간의 감수성과 공감능력, 예술적 감각이 가장 필요로 하며 개인적으로는 이 능력들의 보유 여부가 그 인생의 성패와 행복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새로운 미래에 어울리는 인생관과 능력을 갖출 때, 우리의 미래가 밝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진작부터 이 같은 변화와 흐름을 감안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데, 현재 상당히 미흡한 것 같다.

다니엘 핑크가 예상하는 미래에 필요한 재능은 공감, 디자인, 스토리텔링, 조화, 놀이, 의미(意味)의 여섯 가지다. 공감은 타인의 기쁨을 함께 기뻐하고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인(仁)의 마음이다. 조화 역시 인과 겸양과 타인의 존중에서 나온다. 이 둘은 도덕성과 연결된다. 디자인은 미술 분야, 스토리텔링은 문학분야의 예술감각이라 할 수 있다. 놀이는 유머를 포함하는데 인간미와 재치, 여유가 필요하다. 의미는 대상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인데, 어떠한 사람이나 사물에라도 그 존재의 의미를 찾아 칭찬해주는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한 재능이다.

이상 여섯 가지는 모두 도덕감정과 예술감각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열린 사고와 타인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면, 언제부턴지 극도의 이기주의와 인간에 대한 무관심과 적대감이 가득하게 되었다. 이 현상은 특히 자동차를 운전할 때 잘 드러난다. 앞차가 차선을 바꾸려고 점등 신호를 보내도 비켜주는 차량은 거의 없다. 학교교실에서도 사랑과 용서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고 가정에서 대화와 관용은 존재감이 미미하게 되었다. 사회에는 질시와 투쟁과 독선이 충만하여 연일 온통 싸우는 소식이다. 인간성에 대한 깊이 있는 추구, 타인에 대한 섬세한 배려, 분위기를 살리는 유머감각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우리 민족이 얼마나 유머가 있는 민족이었는가? 우리는 가난 속에서도 해학과 익살을 잊지 않고 살아왔으며 동방예의지국 또는 군자불사지국(君子不死之國)이라는 칭송을 받았었다. 예의는 타자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하기에, 원래 우리는 남의 심정을 잘 배려하고 웃기기도 잘했던, 즉 공감과 유머의 문화를 누려왔다고 할 수 있다. 이 좋은 전통과 소질을 살려야 한다. 도덕과 예술이 꽃피는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면 좋겠다. 학교 교육이든 평생학습분야에서든 이 일이 전개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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