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한반도와 중앙아시아 고분 사이의 유사성을 보여주는 2천400년 전 스키타이 고분의 무덤길이 확인돼 한반도 고대문화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아시아 유목민족인 스키타이(사카) 문화의 산물인 거대한 돌무지무덤에서 삼국시대의 것과 유사한 묘도(墓道)가 나왔다.

묘도는 입구와 시체를 두는 방을 잇는 무덤길로, 백제 송산리 고분과 고구려 무용총 등 삼국시대 굴식돌방무덤에서도 확인된다.

따라서 북방 유목민족의 한반도 이동설 등 한국 고대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카자흐스탄 고고학연구소와 함께 지난 7∼8월 카자흐스탄 남동부 ‘카타르 토베 고분군’에 있는 길이 27m, 높이 2.5m인 정사각형 고분을 조사해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에 조사한 고분은 중앙부에 가로 2.1m, 세로 4m 크기의 목곽(木槨)을 두고 사면을 돌로 덮은 형태로 드러났다. 고분 주변은 45m 길이의 석렬(石烈)로 사방을 에워쌌다는 사실도 규명됐다.

무덤의 목곽 내부에서는 오른쪽 대퇴골 2개가 나와 2명 이상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목곽으로 이어지는 묘도는 무덤 바깥에서 시신과 부장품을 옮기기 위해 조성했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최인화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카타르 토베 고분군에서 묘도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묘도를 화려하게 장식한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구소는 카타르 토베 고분군 전역을 대상으로 물리탐사와 드론 측량을 시행해 지형도를 작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고분 10여 기를 발견했고, 개별 고분의 형태와 규모, 무덤을 둘러싼 돌인 호석(護石)과 무덤 주위에 두른 도랑인 주구(周溝)의 유무를 파악했다.

아울러 고분군과 2∼3㎞ 떨어져 있는 지점에서 무덤과 같은 시기에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토성도 처음으로 확인했다.

최 연구관은 “토성은 한 변의 길이가 130m인 정사각형 모양”이라며 “무덤을 만든 사람들이 거주했던 장소였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소가 3년째 발굴조사를 진행 중인 카타르 토베 고분군은 톈산(天山)산맥과 알타이산맥 사이의 2천300m 고원에 위치한다. 현지어로 카타르는 ‘일렬’, 토베는 ‘언덕’을 뜻하며, 기원전 5세기∼기원전 3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매장시설인 곽(槨)이 여러 개인 다곽식 무덤이 나와 순장 풍습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 연구관은 “카타르 토베 고분군의 발굴은 올해로 마치고, 내년에는 지역을 확대해 지표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중앙아시아와 한반도 고대 문화의 연관성을 밝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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