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폐기 위협 ‘실질적’·북한 도발로 한미 공조 중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게 좋다던 입장을 견지해온 정부가 개정협상 절차를 시작하기로 한 이유는 미국의 개정 요구를 더 거부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발언이 단순한 엄포가 아닌 실질적인 위협으로 판단됐고, 북한의 도발로 한미 공조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개최 결과 “양측은 한미 FTA의 상호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FTA의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8월 22일 열린 1차 공동위에서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요구에 한국이 협정의 경제적 효과를 먼저 같이 분석하자고 제안하면서 이견만 확인했다.

그러나 약 열흘 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준비하도록 참모들에게 지시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1차 공동위 결과에 매우 불만을 나타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이후 폐기 발언 하루 만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한반도 안보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폐기 논의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과 동북아 정세 등을 고려했을 때 한미 동맹에 금이 가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외교·안보 진용의 문제 제기 등에 따라 한미 FTA 폐기 카드를 잠시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미국 방문을 통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하겠다’는 서한까지 다 작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폐기 위협이 실제적이고 임박해 있다. 블러핑(엄포)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반도 안보 상황이 트럼프의 한미 FTA 폐기 위협을 일시적으로 막았지만, 한국 정부가 이를 방어수단으로 계속 활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한미 FTA로 인한 갈등 때문에 한미 공조가 약해진다면 한국 정부에도 마찬가지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미 FTA로 인한 통상 분쟁은 양국에 매우 부담되는 상황이다.

개정협상을 피할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우리에게 불리한 부분을 이번 기회에 개선하겠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는 김 본부장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통상장관회담에서 2차 공동위 개최를 먼저 제안하는 등 최근 미국과의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돌아섰다.

한미 FTA는 한국이 지금까지 52개국과 체결한 15개(발효 안 된 중미 5개국 제외) FTA 중 네 번째로 개정하는 FTA다.

정부는 현재 아세안, 인도, 칠레와의 FTA 개정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들 협상은 체결국 모두 호혜성을 높이기 위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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