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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룡 DGB금융지주 부사장
과메기 철이 왔습니다.

과메기는 포항을 중심으로 한 경북 동해안에서 청어나 꽁치를 바닷바람에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며 그늘에 말린 겨울철 별미입니다. 낮과 밤의 일교차를 이용하여 얼리고 녹이는 것을 보름 이상 반복하는 작업으로 만들어지는 과메기는 바닷바람이 빚어낸 작품입니다.

겨울철의 청어 떼가 산란하기 좋은 곳으로 찾아오는 곳이 바로 해초가 많은 포항의 영일만입니다. 이때 그물을 던지기만 하면 청어를 한가득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옛날에는 겨울 한 철에 잡은 청어를 일 년 내내 먹기 위해 보관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집에서 부엌의 연기가 나가는 작은 봉창에 청어를 걸어 놓았더니 상하지 않은 것입니다. 연기가 훈제효과를 낳고,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청어는 반건조 상태가 된 것이죠. 이 지역에서는 이 방법을 발전시켜 바닷가 덕장에 청어를 말렸습니다. 청어를 한 번에 많이 말리기 위해 눈을 꿰었고, 눈을 꿴 생선이라 해서 관목어(貫目魚)라 했습니다. ‘목’의 포항지역 방언이 ‘메기’였으므로 관목어를 관메기라 하다가 ‘ㄴ’을 뺀 과메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이 잡히던 청어가 1970년대부터 잘 잡히지 않아 꽁치가 청어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풍부했던 생선을 잡아 군량에 충당하고 피난민을 먹여 살리고 무기와 화약을 구입하는 재원으로 활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때 소금이 귀했기 때문에 소금 없이 바닷바람에 말릴 수밖에 없었으며 적당히 말린 것이 바로 과메기였습니다.

만화가 허영만 화백이 음식을 주제로 만든 만화 ‘식객’의 27회는 구룡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과메기를 주제로 한 이 이야기에서 서울에서 전근 온 ㅇㅇ신문 포항지국 한 기자는 과메기 전문가가 되고 그 맛에 반하게 됩니다. 과메기를 ‘회도 아니고 포도 아니고 물컹물컹한 것이다’라고 한 그는 그토록 바라던 서울발령을 올겨울 과메기 맛을 보기 위해 거절하고는 구룡포 포구의 허름한 집으로 이사를 해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았습니다.

요즈음 과메기가 되는 꽁치에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이 유자나 레몬보다 3배나 많으며, 피부에 좋은 DHA와 오메가3 지방산이 많습니다. 또 과메기가 되면서 핵산이 생성되어 피부노화 방지와 뇌 기능 저하와 체력 저하를 막아줍니다. 만병통치약 같은 꽁치 과메기는 생미역, 마늘조각, 실파, 풋고추, 초고추장, 김 등을 곁들여 먹습니다. 물론 술안주로 안성맞춤입니다. 특히 돌미역과 잘 어울리는데 미역에 들어 있는 알긴산 성분이 과메기에 함유된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배출해줍니다. 또 마늘은 비린내를 제거합니다. 과메기를 안주로 술을 마시면 속이 편하다고 하는데 이는 과메기에 아스파라긴 성분과 불포화지방산 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싱싱한 생선에 바닷가의 칼바람과 순풍 그리고 맑은 공기가 빚은 과메기는 바다가 주는 최고의 음식이며, 바닷바람에 얼었다 녹았다 하며 탄생한 그 깊은 맛은 희로애락을 담은 세상과도 같게 느껴집니다.

최근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항지역의 경제에 보탬이 되고자 포항특산물인 과메기 구매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29일 청와대 충정관 구내식당 점심 식탁에 과메기와 김 등이 메뉴로 나왔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과메기를 구매했으며, 기관과 단체 등 여러 곳에서 동참하고 있습니다.

좋은 음식으로 힘을 내고,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힘을 보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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