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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기 사회부 기자
지난 5일 구미 시민단체의 2018년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요구를 수용한 남유진 구미시장의 의사결정 과정이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남 시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40여 분간 시청 4층 열린 나래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는 “잘사는 집 아이에게까지 무상으로 밥을 주어야 하느냐. 나는 평등보다는 공정을 더 중요시한다”는 말로 전면 무상급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불과 1시간 뒤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이 면담을 요구하며 시장실을 점거한 후 이어진 대표자 면담에서는 슬그머니 이들의 요구를 수용했다.

구미시는 2018년 초등학교 1, 2, 3학년 학생들에 대한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남 시장은 “구미보다 인구가 많은 포항시도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하는데 구미는 왜 못하느냐”는 대표자들의 질문공세에 “초등학교 학생 수는 포항보다 구미시가 더 많아 예산이 더 많이 든다”는 자료와 “평등보다는 공정이 우선”이라는 기자 회견에서 한 말을 되풀이하며 시민단체 대표들을 설득했지만, 대화 막바지 “어떻게 할 것인지 확답을 해 달라”는 이들의 요구에 갑작스레 말을 바꿨다.

대표자 면담이 끝난 후 그 결과를 묻는 말에 담당 공무원들 또한 “약속이 아니고 검토라고 한 것 아니냐”고 얼버무리며 당황할 정도였다.

심지어 이날 집회를 위해 시청에 온 시민단체 참가자들마저 “솔직히 놀랐다”고 털어놨다.

구미시의회는 이날 시가 편성한 2018년 예산안을 심의 중이었다.

이로 인해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시행과는 별도로 남 시장의 결정 과정에 “시장실을 강제 점거하는 등 잘못된 행동에 굴복한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정치적 판단이자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내년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힌 남 시장은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에 드는 부족한 예산을 내년 추경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남 시장이 내년 추경 때까지 시장직에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남 시장은 내년 2월 예비후보 등록이나, 지방선거 90일 전 내지는 당내 경선이 빨라지면 그보다 더 빨리 시장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남 시장이 굳이 이 문제로 시민단체들과 계속 대립할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앞으로 시에 요구할 것이 있으며 화염병이라도 들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임기 마지막에 그것도 내년 예산 편성안에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말(신념)을 바꾸는 것이 과연 구미시장으로 올바른 결정 과정인지, 물리적 충돌 이전 시민단체와 소통해 결정하면 안 되었는지” 남유진 시장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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