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 수산물에 활력 충전···탁 트인 공원서 셀카 한 장
목은 이색 선생이 상대산 정상에 올라 먼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때, 고래가 허공으로 분수를 뿜으며 튀어 올랐다. 진기한 광경에 선생은 ‘고래불이다!’라고 외쳤고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고래불’이다. 불’이 ‘펄‘의 옛말이라니 고래 떼가 묘기를 부릴 만큼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는 계속 추적거렸다. 따뜻한 커피 생각이 간절하다. 때마침 건축미가 독특한 메르센트 펜션 앞에 도착했다. 건물 내에 카페가 보여 반색을 했는데 아쉽게도 영업개시 전이다. 다시 보니 건물이 참 예쁘다. 주변 펜션 대부분이 미술관처럼 건축미가 돋보인다. 야외 수영장이 딸 린 펜션 벽면, 천사의 날개가 그려진 포토존에서 두 팔을 벌려본다.
이정표에 철암산 화석단지가 보여 방향을 틀었다. 약 1500만 년 전의 굴과 가리비 화석이 자주 발견되는 곳이다. 산을 구성하고 있는 암석 대부분이 큰 자갈이 박힌 ‘역암‘이다. 정상에 거대한 숲 바위가 있다는데 거기까진 가지 못했다. 둥근 바위에 바다생물인 화석이 군데군데 붙어 있어, 바닷속에 속해 있던 것이 화산폭발 때 지표면으로 솟아올라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옛날, 동네 사람들이 해가 져서 이 길을 지날 때면 여우나 도깨비는 물론 산짐승의 공격을 받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개구리 바위만 지나면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졌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광산업을 하던 타지 사람이 찻길을 내기 위해 개구리 바위를 도끼로 내리친 적이 있었다. 순간, 멀쩡하던 하늘이 캄캄해지면서 천둥과 함께 비가 쏟아졌고 마을은 홍수가 났다. 겁에 질린 사람들이 황급히 깨진 바위에 시멘트를 발랐다. 그때의 흔적이 지금도 바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한다.
40여 년 전만 해도 울진은 멸치어장으로 유명했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은멸치가 갯가에 떼를 지어 다녔다. 사람들은 그물을 던져 잡기도 했지만 두 척의 배로 이동하는 멸치 떼를 좇아 그물을 던져 잡는 방식을 취할 때가 더 많았다. 모두 합심해서 그물을 잡아당길 때면 장정들의 검게 탄 팔뚝의 힘줄이 밭고랑처럼 도드라졌다. 이때 부른 ‘그물 당기기’ 노래 역시 대부분의 노동요처럼 천연스럽고 구수하다.
어∼이 날 배야/ 어∼이 날 배야/ 어∼허 날 배야/ 어∼이 조오타/ 어서 많이 돈 벌어 가지고/ 노리야 당겨라/ 에∼이 날배야/ 고향산천에/ 에∼이 날배야/ 마이도 얽끌렸다/ 아이그 빨리 당기자/ 빨리 당겨라
공원을 내려가 후포항 근처 가게에서 울진 대게 한 마리 쪄먹으면 오늘 하루 제대로 마감하는 것이다. 쟁반에 푸짐하게 담긴 통통한 다리 하나 들어 끝부분을 뚝 잘라 잡아당기면 켜켜이 채워진 쫀득한 대게 살이, 희망처럼 탱탱하게 당겨 올 것이다.
◇여행자를 위한 팁
△주변에 가볼 만 한 곳
·멀지 않은 곳에 백암온천이 있다. 물이 아주 좋다. 주변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옛날처럼 복잡하지 않다.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다. 백암온천은 무색무취한 53℃의 온천수로 칼슘과 불소, 나트륨 등 몸에 유익한 성분이 함유되어 만성 피부염에 특히 탁월하다.
·민속 문화에 관심이 많다면 후포리 등대산 서쪽 하단 구 어시장 뒤편에 있는 서낭당에 가보는 것도 좋다. 별신굿을 하는 시기에 맞춰 오면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
·자연적으로 용출되는 덕구 온천도 있다. 신경통, 당뇨병, 소화불량에 좋다. 산의 형세가 동해를 굽어보는 매를 닮았다는 응봉산도 있으니 등산 후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올 한 해 건강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