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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한미 동맹관계가 삐꺽거리며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안보, 경제의 두 바퀴 축 가운데 경제부문에서는 이미 ‘동맹’ 관계가 아닌 상태로 사이가 크게 벌어졌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행정부가 최근 한국산 철강에 대해 관세 폭탄 계획을 밟히면서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동맹이 아니다”고 선언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연말부터 한국산 세탁기, 태양광패널 등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고 이번에는 철강에까지 53%의 관세 규제조치라는 폭탄을 터트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TV와 전자, 반도체 부문에도 통상압력을 예고하고 있어 한국 정부의 대미 통상의 앞길이 첩첩산중이 되고 있다.

여기에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협상도 어떤 방향으로 협상이 뒤틀릴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있다. 트럼프의 ‘대 한국 통상 코피작전’이 실제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미국의 무역제재와 관련해 “미국의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결연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강 대 강으로 맞설 경우 통상 카드 면에서 모든 것이 불리한 우리 쪽에서 결국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트럼프의 철강 관세 폭탄이 발표된 후 국내 경제계에서 “우리 정부는 그동안 무엇했느냐”는 불만이 쏟아지자 대통령이 갑자기 “당당하고 결연하게 대응한다”고 나섰다. 이런 용어는 안보나 정치에 쓰이는 수사이지 경제 문제에는 사용하지 않는 용어다. 상대와 실익을 따지는 통상 문제에 감정을 섞은 강한 용어를 사용하면 오히려 낭패를 당하기에 십상이다. 중국인들의 ‘만만디 상술’을 본받아야 한다.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면서 트럼프를 설득시키면서 한·미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같이 국토가 작고 수출로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과 같은 거대경제 대국을 상대로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실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뿐이다. 일본의 아베 정부가 트럼프의 ‘푸들’이라는 국제적인 조롱을 받으면서도 실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으로 미국의 통상압력에서 모두 빗겨가고 있지 않은가. 우리도 국제사회의 험난한 경쟁 관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베의 외교통상 정책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미국의 이런 통상 폭탄의 원인은 무엇일까. 지금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이 북핵 해법을 둘러싼 한·미 수뇌부 간의 이견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대세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동안 북한 김정은과의 평화회담을 목표로 김정은의 특사로 내려온 김의 여동생 김여정 일행을 국빈 이상으로 대접했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이 2박 3일간의 남한 체류 기간 4번이나 만나고 총리, 비서실장, 장관들이 번갈아 식사 대접을 하는 등 환심 사기에 바빴다. 반면에 우리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미·북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펜스 미 부통령 측이 북한대표단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올림픽 개막식 만찬장에 김영남 북한 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과 펜스 미 부통령이 한 테이블에 동석도록 하는 무리수를 두었다가 펜스 부통령이 만찬장을 퇴장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 사건이 있은후 지금까지 한·미 정상 간의 통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의 한반도 정세에 전 세계가 주목을 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한·미동맹 관계를 ‘이른바 동맹(so-called ally)’이라고 한 말을 우리 정부는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한·미 정부 간에 끈끈하게 맺어져 온 ‘혈맹’의 관계를 복원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의 안보뿐만 아니라 통상문제도 해결하는 단초가 됨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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