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9일 조양호 평창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두 번의 실패를 딛고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면 이건희 IOC위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회견요지였다. 체육계와 재계, 정치권의 이건희 회장에 대한 사면요청이 잇따르자 이명박 대통령은 국익 차원에서 이건희 회장을 특별사면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지 3개월 밖에 안된 단독으로 특별사면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조치인 데다 국민의 거부감도 만만치 않았지만 이건희 회장의 막강한 스포츠외교력이 절실했기 때문에 사면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총성 없는 전쟁’으로 불리는 글로벌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 대기업 총수의 위상과 영향력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폭넓은 인맥, 경제력을 바탕으로 스포츠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그 중에서도 ‘체육계 추기경’으로 불리는 IOC위원은 국가 원수급 위상의 대우를 받는다. 이회장은 사면카드를 받아들자 마자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1년 반 동안 무려 11차례 해외 출장을 강행 110명의 IOC위원들을 거의 다 만났다. 특히 반대 성향을 보인 위원을 5번이나 만나 설득했다.
국가적 숙원이던 평창동계올림픽유치에 큰 힘을 보탠 이회장에게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자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이 차명계좌로 세금을 포탈했다는 혐의로 의식을 잃고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인 이건희 회장을 피의자로 입건, 기소의견과 함께 검찰에 송치한다고 했다. 죄가 있으면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도 중요하다. 올림픽 개최 일등공신에게 이렇게 무자비할 수 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