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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남자들이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립 문제를 들고 나왔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 논란이 재점화됐다.

문 대통령의 텃밭인 부산에서 시장에 당선된 민주당의 오거돈, 문재인의 친구 송철호 울산시장, 문재인의 남자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이 지난 26일 울산도시공사에서 열린 민주당 지도부와의 공동정책 간담회에서 ‘부산·울산·경남 상생 협약문’을 채택하면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영남권에서 10여 년 간 논란을 빚다 박근혜 정권 때인 지난 2016년 ‘기존 김해공항 확장’으로 최종 매듭지어진 신공항 건립 문제를 다시 거론한 것이다. 이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참석한 자리에서 이들 세 사람은 보란 듯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동남권 관문에 걸맞은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세 당선인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통령의 공약사업인 신공항 문제를 거론한 것 자체가 아무런 교감 없이 이루어졌겠느냐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논의가 시작된 국책사업으로 10여 년 간 부산·경남·대구·경북 지역의 최대 갈등 요인이었다. 발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1월 부산·울산·경남 지역 상공인들이 건의한 동남권 신공항 건설 건의를 받고 “적당한 위치를 찾겠다”고 한데서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12월 당시 건설교통부에 “동남권 신공항을 국책사업으로 공식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신공항 건설 입지 선정이 영남권 지역의 최대 화두가 되었다.

노무현 정권 말기를 맞으면서 신공항 건설이 흐지부지됐으나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이를 다시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후인 2009년 12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신공항 건립 후보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타당성 조사 결과 밀양과 가덕도 모두 타당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와 2011년 이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지 하며 신공항 공약을 백지화했다. 그러다가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가 다시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선 때마다 후보들의 공약사업으로 거론된 동남권 신공항 건립은 2016년 박근혜 정부가 밀양과 가덕도의 공항입지 타당성 관련 용역을 프랑스 업체에 맡길 만큼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양 지역의 민감한 사안이 되었다. 용역 결과 양 지역 모두 적격 점수를 받지 못해 결국 기존 김해 공항을 확장하고 대구공항과 K2 공군기지를 합친 ‘대구통합공항’을 이전하겠다고 발표를 하면서 13년간 끌어온 신공항 문제를 매듭지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대선을 앞두고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공약하고 이번에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대표공약으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내세우며 정부 측에 사업 재검토를 요구했다. 여기에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과 민주당 소속 허성곤 김해시장 당선인, 김해을 보궐선거 당선자 김정호의원과 김해가 지역구인 민주당 민홍철 의원 등이 “김해공항 확장 사업을 재고해야 한다”고 동조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신공항 문제에 발을 담그고 갑론을박할 워밍업을 시작했다. 야당에서는 “지난 정권에서 정리된 국책사업을 재론하는 것은 영남지역의 한 축인 대구·경북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야당은 또 민주당이 TK와 PK를 분리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표를 몰아준 PK를 새로운 ‘텃밭’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영남권 분열 조짐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선거에서 이겼다는 이유만으로 전임 정권에서 확정한 국책사업을 해당 지역민들로부터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은 채 뒤집어 보겠다는 의도는 아무리 좋게 보아도 ‘조폭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힘의 횡포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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