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계 선생의 청빈 낙도의 삶을 조명하다

5월 26일 오후 2시 영천시 북안면 도천리 도계서원 아래에 건립된 노계문학관 현판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수 만근 쇠를 늘려내어 길게 길게 노끈을 꼬아 구만리 먼 하늘에 가는 해를 잡아매어 북당의 머리 하얀 양친 더디 늙게 하리라’ 펼쳐 든 부채에서 노계의 효심이 묻어난다. 개관식 날 나누어 준 선물 부채의 시조 한 수다.

노계문학관 개관식이 지난 5월 26일 오후 2시 영천시 북안면 도천리 도계서원 아래에 건립된 문학관에서 거행됐다. 노계 문중 및 영천 유림이 개관 고유제를 지내고 문학관 앞에선 명주농악대의 풍물패 공연이 참석한 500여 명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식전 축하공연은 오세은 씨의 사회로 김재선 등 6명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가야금 병창으로 시작으로 정자관에 옥색 도포를 떨쳐입은 대한시조협회 영천시지부 회원들의 시조창으로 이어졌다. 최지현 힐링문화예술회 대구지회장은 노계 선생의 가사 권주가 중 일부를 낭송하여 박수를 받았다. 성낙주 시조창 명인은 노계 선생의 한시 사시를 읊은 작품 8수 가운데 여름 편과 이백의 ‘금릉 봉황대에 올라’라는 한시를 대금 반주에 맞추어 시창(詩唱)했다. 장고와 대금이 어우러진 가운데 이경란 무용가는 도라지타령과 뱃노래를 춤으로 펼쳐 분위기를 무르익었다.

노계문학관 전시장.

영천시 문화예술과장의 경과보고에 따르면 2015년 기본계획을 세운 이래 8000평의 부지에 같은 해 건축공사를 시작해 36억을 들여 481㎡의 건물을 최근에 준공했다. 내년부터 30억 원을 들여 노계문학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진규 노계 박인로 선생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개관 기념사에서 “우리 국문학사에서 송강, 노계, 고산이 대표하지만 노계문학관이 늦게 개관하면서도 적고 빈약해 선생의 평생 청빈 낙도의 삶과 같은 문학관”이라고 했다.

문학관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에 기와를 얹은 1층 건물로 전시장, 영상실, 사무실, 다목적실 등을 갖췄다. 노계문학관 현판 제막과 테이프 커팅이 이어지고 전시관 관람이 있었다.

전시실은 자연과 삶을 노래한 박인로라는 주제로 노계의 작품세계, 노계의 가사, 몽견 주공기, 무하옹전 등은 영상으로 준비됐고 한시와 시조, 노계의 유물, 누항사 그리고 한음과 노계 등의 코너와 터치스크린으로 노계집을 펼쳐 볼 수 있고, VR 체험도 준비됐다.

(사)노계박인로선생기념사업회에서 도계서원과 노계박물관 접이식 홍보물, 노계 박인로의 사상과 문학이란 책을 참석자에게 배부했다. 홍보물은 노계의 삶과 사상, 노계의 문학세계, 노계문학의 특징, 도계서원, 노계문학관으로 구성되고 연보, 시비, 묘소 장판고, 현판도 소개했다.

박진규 노계박인로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문학관 못지않게 노계 선생을 테마로 한 교육프로그램과 콘텐츠를 통한 자원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시대 3대 시가문학의 대가인 노계 박인로(1561∼1642) 선생이 시조 67수, 가사 11편, 한시 110수를 남겨 영남을 대표하지만, 노계문학관이 송강 정철과 고산 윤선도 문학관보다 늦게 개관되었지만 이제 노계의 문학작품과 삶을 제대로 조명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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