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문제가 됐다. 먹는 모습을 보여 주는 ‘먹방’이 정치적 논란거리로 비화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TV에선 ‘먹고 여행하고’, ‘즐기고 먹고’가 대세다. 많이 먹어대는 개그맨이나 잘 먹는 아이돌이 상종가다. 한 1인 방송 진행자는 자장면 16그릇을 게눈 감추듯 먹어치워 수백만 명이 이 영상을 봤다.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TV, 유튜브까지 온통 먹방이 점령했다. 우리 스스로 ‘먹방 공화국’이라 하고, 외국인들은 ‘푸드 포르노’라며 식욕을 비정상적으로 부추긴다 지적한다.

세계보건기구 연구 결과 세계인구 중 비만 인구가 20%를 넘었다. 세계 어린이, 청소년 중에 1억2000만 명이 비만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70%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것으로 분류됐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한 미국에서는 비만 치료에 한해 1599억 달러를 쓴다. 이 때문에 비만을 질병으로 간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비만율도 2016년 국민 셋 중 한 사람이 비만인 34.8% 수준이었고, 매년 증가추세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비만율은 아직 일본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26일 ‘국가 비만 관리 종합 대책’을 발표하며 “폭식을 조장하는 미디어에 적용하는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을 세운 것은 늦은 감이 있고 먹방 규제는 그 대책 중에 하나로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가 어리석은 백성도 아닌데 어떻게 먹방에 대해 규제하고 또 가이드라인을 정하겠다고 하는 거냐”며 이것이 국가주의라고 했다. ‘먹방’에 대한 상반된 반응이 국가주의와 시장주의가 대립하는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비만이 질병이라지만 정부가 먹방 규제 가이드라인을 정한다는 것은 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소득주도, 공정, 혁신의 J노믹스 3대 정책 기조가 성과를 못 내고 있는 것도 정책이 현실과 괴리되기 때문이다. 한 번 입안한 정책수단이 모두 옳다고 밀어붙이는 교조적 사고 때문인 것이다. 경제를 살리려면 ‘진보 교조주의’부터 버려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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