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시 마성면지발간추진委, '영건사적' 공개
정자 복원 과정 등 상세한 기록 역사적 가치 높아

서애 유성룡 선생이 세운 것으로 알려진 문경시 마성면 신현3리에 위치한 봉생정
서애 유성룡(西厓 柳成龍) 선생이 세운 것으로 알려진 문경시 마성면 신현3리 봉생정(鳳笙亭) 영건(營建) 사적(事蹟)이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

문경시 마성면지발간추진위원회(위원장 김억주)는 마성면지 편집과정에서 이 정자 건립과 운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마성면 외어1리 늘목마을 진성이씨(眞城李氏) 문중에서 ‘봉생정실록(鳳笙亭實錄)’ 사본과 ‘봉생정영건사적(鳳笙亭營建事蹟)’ 사본을 발굴해 공개했다.

앞의 봉생정실록은 한문 필사본이며, 뒤의 봉생정영건사적은 1868년 진성(眞城) 이상행(李相行) 선생이 쓴 것을 1981년 6월 진성 이원영(李源榮) 선생이 번역하고, 진성 이욱현(李旭鉉) 선생이 1981년 8월1일에 필사한 것이다.

이 자료는 봉생정영건사적을 필사한 이욱현 선생의 아들 이희철(李熙喆) 선생이 보관하고 있었다.

영건사적에 따르면 봉생정은 서애 선생이 당시 현직 재상으로 정자를 설립할 수 없는 관행에 따라 터만 점지했고, 그 후 서애 선생의 제자인 우복(遇伏) 정경세 선생이 지은 것으로 상량문에 있다고 했다.
회제를 모으고 있는 봉생정실록 사본과 봉생정영건사적 사본
그러나 정자는 임진왜란 때(1592) 소실됐으며, 200년이 지난 1804년(純祖甲子年)에 문경지역 유림에서 복원을 위해 계를 시작했다.

1836년(丙申年) 계가 깨지는 진통을 겪은 후, 풍산유씨의 지원과 진성 이익섭(李翼燮) 선생 주도로 다시 복원사업이 시작됐으나, 1837년(丁酉年) 이익섭 선생이 돌아가시는 일이 생겨 차질을 빚었다.

이익섭 선생의 조카 이상행 선생과 이상행 선생의 종제 이도행 선생 등이 뜻을 이어받아 복원에 나서, 1844년 헌종 갑진(憲宗 甲辰年)에 정자가 복원됐다.

이때 건립비용을 서애 선생 문중인 안동하회(安東河回) 풍산류씨(豊山柳氏) 문중에서 50양(兩)을 댄 것이 이채로우며, 정자 복원에 같이 참여했고, 50여 년 이 정자의 당원(堂員)으로 함께 했던 김참봉(金參奉)이 노론(老論)으로 간 뒤에 계금으로 낸 돈을 찾아 간 사건, 25명의 참여자 중 중간에 의견이 맞지 않아 탈회하면서 계금을 찾아간 사건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런 파당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계원들이 지켜나가야 할 회칙(會則) 같은 것을 10개 조항에 걸쳐 기록하고 있다.

이 영건사적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도청(都廳) 이상행, 회원 이도행, 이우행, 이태행(진사), 이세기, 신의동, 신극회, 신두회, 김병하, 권인석이다.

황진호 기자
황진호 기자 hjh@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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