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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생명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35억 년 전 깊디깊은 바다에서 단세포 미생물이 출현했다. 박테리아는 가장 오래된 유기체. 이후에 다세포 생물이 등장했다. 이 물속 동물은 양서류, 곤충, 파충류, 포유류, 조류의 차례로 육지에 나왔다. 곤충이 조류보다 빨리 지구상에 살았던 사실이 흥미롭다.

파브르 ‘곤충기’는 곤충학의 바이블로 일컬어진다. 유년 시절 간직한 추억을 더듬고 어른의 시각으로 탐독해도 재밌다. 평생에 걸친 연구와 관찰을 바탕으로 집필된 세월을 뛰어넘는 명저임에 틀림없다.

파브르는 매미라는 곤충에 대해서 얘기를 들려준다. 그의 자택 정원에는 커다란 플라타너스 두 그루가 있었고, 해마다 하기엔 녀석들이 몰려와서 시끄럽게 울어댔다. 파브르는 매미의 청각을 두고 여러 가지 조사를 하였다. 그중 하나가 대포 소리 실험이다. 나무 밑에서 축제용 대포를 쏘았으나 꼼짝도 하지 않고 계속 그대로 울었다. 결국 매미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녀석은 수컷만 운다. 암컷은 일절 기척이 없다. 모두들 수놈이 암놈을 부르기 위해 운다고 했으나 파브르는 그렇게 생각지 않았다. 인간은 벌레의 진짜 기분을 알 수 없다고 말했을 뿐이다. 현재의 연구 결과로는 암컷 매미는 우렁찬 목청으로 우는 수컷에 이끌려 날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매미 종류는 18가지쯤 된다. 녹색 바탕에 검정 무늬를 가진 참매미가 대표적이고, 말매미·애매미·털매미·유지매미 등이 있다. 그들은 햇볕을 즐긴다. 태양의 방향을 따라 움직이기도 한다. 게다가 눈이 다섯 개나 된다. 두 개의 커다란 겹눈과 머리 한가운데 홑눈이 세 개 있다. 시력이 좋다는 뜻이다.

파브르는 라퐁텐 ‘우화’에 관해서도 말한다. 프랑스 어린이는 국어 시간에 라퐁텐 우화를 배운다. 동물을 주인공 삼아 시의 형태로 쓰인 글이라 프랑스어 표준으로 암송을 시킨다. 소년기 파브르도 그랬다고 한다.

‘매미와 개미 이야기’는 이런 내용이다. 여름철 음악만 연주하던 매미는 북풍이 불어오자 생활이 어려웠다. 배가 고픈지라 옆집 개미네 집을 찾아가 양식을 부탁한다. 개미는 묻는다. 여름엔 뭘 했느냐고. 여러분을 위해 노래를 불렀노라 변명하는 그에게 냉정히 대꾸한다. 그럼 이번엔 춤을 추라고.

가난한 탓에 고생이 심했던 파브르는 이 시가 싫었고 매미를 동정했다. 녀석의 습성을 알아내고 라퐁텐의 오해를 바로잡는다. 또한 개미야말로 먹을 것을 얻으려고 그에게 다가간다는 점을 밝힌다. 우화의 삽화를 그렸던 화가 그랑빌도 비슷한 오류를 범한다. 문장은 매미라고 됐으나 그림은 여치의 형태로 묘사한 것이다.

팔월의 매미들 연주회가 한창이다. 마지막 시간을 달구듯 끊임없는 외침이다. 자욱한 녹음 속에 샘솟듯 선율이 쏟아진다. 한 자락 서글픔 같기도 하고 어쩌면 환호성인 듯하다. 그들의 아우성은 단조롭고 기계적이다. 재미는커녕 일종의 소음으로 간주하고 싶을 정도다. 문득 생각나듯이 아련히 들리기도 한다.

귀뚜리 소리가 가을의 전령이라면 한여름 상징은 단연 매미 울음이다. 그 절규가 깊어갈수록 가만가만 나뭇잎은 물든다. 솔로몬 반지에 새겼다는 문구처럼 무더위 역시 지나가리라. 땅속의 4년간 굼벵이 생활과 지상의 보름간 아리아, 그리고 어느 순간 나무에서 툭 떨어져 죽는 불쌍한 생이다. 예사롭지 않은 비가의 합창에 추일 서정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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