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에서 정부의 ‘보이는 손’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문제는 시장에서 해결되고 정부 역할은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보이는 손’이 수시로 등장, 기업 활동을 제약하면 약효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약이 과해 부작용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미국독립군사령관 조지 워싱턴은 펜실베니아 주 벨리포지에서 혹독한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그의 적은 영국군 뿐만 아니었다. 아군을 위해 제정한 가격통제법이 그를 더 괴롭혔다. 현지에 주둔해 있는 워싱턴의 주력부대를 돕기 위해 펜실베니아주는 식량을 포함한 군수물자 가격을 통제하는 법을 만들었다.

식량과 의류 가격을 통제, 군비 부담을 줄이고 충분한 물자를 공급, 전투력을 향상 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누가 봐도 입법 취지는 정당했지만 결과는 전혀 반대로 나타났다. 통제받지 않는 물자와 수입제품 값이 폭등하고 고시가격에 불만을 가진 농부는 식량을 팔려고 내놓지 않았다. 규제의 참패를 인정한 ‘13개 주 연합의 대륙회의’는 전투력만 약화 시킨 가격통제법을 폐기했다.

1865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은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을 선포했다. 자동차의 등장으로 사양화 하는 마차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한 대의 자동차엔 3명의 운전사가 필요하며 그중 한 사람은 붉은 깃발을 들고 차보다 55m 앞에서 마차로 달리면서 자동차를 선도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6.4㎞이며 시가지에서는 3.2㎞로 제한한다” 등이 법안 내용이었다.

마차가 선도하는 6.4㎞ 이하 느림보 자동차를 사람들은 외면했다. 자동차회사의 폐업이 속출하고, 자동차 산업이 죽을 쑤는 동안 프랑스와 독일은 영국 덕분에 자동차의 대량생산과 함께 자동차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사양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 조치가 결국 마차와 자동차 모두를 망치게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 전문 은행에 대한 ‘은산(銀産) 분리 규제’를 ‘붉은 깃발법’에 비유해 규제 완화를 언급, 규제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규제 혁신 성공 여부는 문 대통령 지지 기반의 반발을 돌파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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