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상생협력 공감대·신뢰형성 제도적 기반 마련
정치적 통합·장기협력으로 '경제공동체 실현" 앞당겨야
△ 뭉쳐야 산다
대구·경북은 역사·문화·지리적으로 한 뿌리다. 1981년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떨어질 때까지 1896년 경상북도가 개도한 이래 85년간 한 가족이었고, 외부에서도 행정구역을 넘어 대구와 경북을 하나로 묶어 ‘TK’로 인식하고 있다. 단일경제권이고 단일문화권이기도 하다.
세계 곳곳의 도시들도 각종 도시문제 해결과 글로벌 경제체제를 갖추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추세다. 행정체계 내가 아닌 경계에 걸쳐서 광역교통 인프라 건설이나 쓰레기 문제, 수질과 대기오염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필요해서다. 권역 차원의 인프라와 인재를 공유하면서 몸집을 키워 글로벌 경쟁체제에 맞서기도 한다. 일본 간사이 광역연합이나 독일 슈투트가르트 광역연합, 미국 남가주 지방정부연합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도 부산·울산·경남의 부울경 연대, 강원·충청·호남의 강호축 공동선언, 광주·전남·전북의 ‘호남권 정책협의회’가 꾸려질 정도다.
△ 성찰과 반성
지역의 한 언론은 대구·경북 한뿌리 상생위원회가 ‘유명무실’했다는 표현까지 썼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있다. 무엇이 잘못됐던 걸까.
지역사회의 상생협력 공감대와 신뢰형성이 부족했다. 상생협력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구체적 과제로 들어가면 경쟁 관계로 인식했던 게 사실이다. 2015년 대구 달성군과 구미시가 국방신뢰성시험센터 유치를 놓고 벌인 경쟁이 대표적이다. 당시 센터 유치에 발 빠르게 움직인 구미시는 대전시, 광주시 광산구, 경남 김해시, 전남 광양시, 전북 남원시, 충남 논산시 등과 유치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달성군하고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센터는 대전시로 돌아갔다.
상생협력을 촉진할 제도적 기반이 취약했던 점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대구시·경북도가 파견한 5명의 공무원이 한뿌리 상생위원회 사무국을 꾸려나가는데, 6개 분과 35개 협력과제를 이끌어갈 여력조차 안 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협력과제를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할 회의 테이블조차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아닌 부시장과 부지사가 한뿌리 상생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데다 매월이 아닌 연 2회에 불과한 회의에도 부시장이나 부지사 대신 기획조정실장 등이 얼굴만 내비치고 면피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문제 해결을 위한 집중적 논의구조 형성이 안 됐다는 것이다. 13일 총회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한뿌리 상생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시장과 도지사로 격상하고, 사무국의 기능도 대폭 보강하기로 약속한 점은 천만다행이다.
낙동강 수질개선이나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와 관련해 보이듯이 대구와 경북이 갈등을 넘어 상생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 리더십 부족도 한몫했다. 양 시·도 중심의 행정적 접근에만 치중하다 보니 정치적 통합은 미진했고, 장기적 협력과제 해결 미흡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대구경북연구원 류형철 박사는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상생협력 사업을 실현하려면 시·도지사가 밝힌 의지를 담을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행정안전부가 추진하고 있는 특별지방자치단체와 같이 하나의 도시를 넘어서서 강력하게 상생의 과제를 협력의 틀에서 추진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용석 박사는 “대구시와 경북도는 광역경제권 발전계획을 수립하면서도 대구 따로, 경북 따로 진행한다. 마스터 플랜이나 큰 그림이 뭔지를 함께 그리는 공동의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협력과제를 점검하고 실행할 워킹 그룹 회의 상설화 등을 위해 펀드나 기금을 투입하는 일도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