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서 가장 부자가 되는 일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매일 밤 자기 전 우리는 정말 놀랄 만한 일을 했다고 말하는 것이 내게 중요하다.” “돈 같은 일에 대한 내 생각은 매우 웃긴다는 것이다. 돈은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 중에서 가장 통찰력이 있는 일도 아니고, 가치 있는 일도 아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개발한 스티브 잡스는 기술 경영 디자인을 꿰뚫어본 이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추앙받았다. 혁신의 원천이 된 잡스의 영민함과 열정, 에너지 덕분에 우리 삶은 윤택해지고 향상됐다. 스마트폰 알람을 듣고 일어나 날씨와 뉴스를 검색하고, 영상통화를 하며 카카오톡으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잡스라는 불세출의 기인(奇人)이 만들어 놓은 변화가 경이롭다. 미래의 맥박을 정확히 짚어낸 잡스는 에디슨보다 엉뚱하고, 빌 게이츠보다 창조적인 선구자였다.

잡스가 13살 때 부모가 구독하던 ‘라이프’지 표지에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나이지리아 아이들의 비참한 모습이 실린 것을 봤다. 잡스는 주일학교 목사를 찾아가 물었다. “하느님은 모든 것을 다 아시니까 이 아이들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아시겠지요?” 목사가 명확히 대답을 못 하고 얼버무렸다. 그 뒤 잡스는 기독교서 떠났다.

뛰어난 머리에 자유분방했던 잡스는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한 괴짜였다. 대학 1학년에 중퇴, 사과농장에서 히피 생활을 하다 일본인 선승 오토카와 고분치노를 스승으로 맞아 동양의 선불교에 심취했다. 이후 인도를 여행하면서 선불교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56세에 요절한 잡스가 남긴 혁신의 자취는 계량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선불교가 몸에 밴 잡스는 그가 만든 모든 기기에 선(禪)불교의 옷을 입힌 ‘선(禪) 디자인’으로 구매자를 매혹 시켰다.

법정 스님은 “선은 모방과 획일성을 배격, 인간 내면에 있는 무한한 창조성에 몰입, 끝없는 빛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했다. 미국 상장회사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한 애플의 위업엔 잡스의 선불교 정신의 힘이 크게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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