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만 3000여명 거주···1세대 80세 이상 초고령화
횟수·규모 확대 목소리 고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대한 요구가 더욱 간절해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상봉을 한 이산가족들은 결국 달라진 것이 없다며 상봉 이후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광복절을 맞아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지난 26일 모든 일정을 마쳤다.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우리측 방문단 93명이 북측 이산가족과 만났으며 24일부터 26일은 북측 방문단 88명이 우리측 이산가족과 상봉했다.

대구 2명, 경북 4명이 이번 상봉에서 가족을 만났다.

하지만 대구는 지난 7월 기준으로 1309명, 경북은 1702명의 이산가족이 거주하고 있다. 이번에 단 6명만 가족을 많나 만나지 못한 이산가족 수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대부분 80살 이상의 고령자로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산가족 정례화를 요구하는 이산가족들의 호소가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번에 북에 둔 가족을 만나고 온 상봉자들도 이러한 목소리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번 상봉에 어머니 권 석(94·봉화)씨를 모시고 참석한 이병훈(69)씨는 상봉 이후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짧은 만남 뒤 어머니는 물론 자신도 느껴지는 허전함이 크다는 것이다. 가족을 만났지만 만남 이후 다시 이산가족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직접 만나니까 더 애착이 가고 가족의 정이 더욱 느껴졌기 때문이다. 만나지 못한 다른 이산가족을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최소한 우편 교환이라도 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씨의 바람이다.

왕례까지 되면 좋겠지만 판문각이나 개성공단 등에서 정례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타냈다.

후속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례화와 왕례, 만남 횟수 확대 등 구체적인 대안이 지금이라도 남북 정부가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산가족 문제는 정치적 쟁점이 아닌 만큼 모두가 힘을 합쳐서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병훈 씨는 “우리 자녀들조차 북에 있는 가족을 왜 만나야 하나고 묻는 등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상봉에서 박경서 적십자 총재가 참석, 이산가족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은 만큼 좋은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드러냈다.

형이 남긴 조카를 만난 박홍서 씨(88·대구)도 상봉 이후 서운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여러번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정례화에 동의했다.

이번 상봉에서 박 씨는 당국자들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통제도 심하지 않았으며 가족끼리 만나는 시간도 많았다는 것이다.

과거와 분위기가 바뀐 만큼 정례화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홍서 씨는 “이번에 다시 떨어지니 앞으로 만나지 못할 것 같아 힘들고 아팠다”며 “정례화를 비롯해 이산가족들이 만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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