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기다리던 중에 보았네
세발자전거 타고 길을 가는
온몸을 탱탱한 바퀴처럼 굴리며
건널목을 건너는 남자를 보았네

두 개가 모자라 하나 더 단
바퀴가 도착하는 그 곳에는
병든 노모와 온전치 못한 아내
그를 지탱하는 나 어린 아들이 있네

과적의 자전거 한 대 지나가고 있네
경적 없이 지켜보는 저 차들 옆으로
아직도 홀로 서지 못해 세발인 채로




<감상> 삶의 무게가 무거우니 온몸을 굴리듯이 세발자전거를 굴릴 수밖에 없습니다. 병든 노모와 온전치 못한 아내와 나 어린 아들을 건사하기 위해 바퀴를 힘차게 굴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家長)에게는 힘든 삶이 과적(過積)이나, 또한 가족이 바퀴가 되어 자신을 굴러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경적 없는 차들도 숙연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풍경이 애잔합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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