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걸린 자동차부품 산업, 탈출구 있나?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A사 대표는 자금난을 걱정했다. 그는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중심으로 신규대출 중단에 기존 대출자금의 10%를 갚아야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는 은행권 돈줄 죄기가 들어오고 있다”며 “2년에 걸쳐 제품을 개발해 납품 수주까지 받았는데, 운전자금이 없어 무산되나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가 매우 어려운 2차 협력업체의 도산을 막기 위해 없는 돈도 만들어야 하는 1차 협력업체는 이중고를 겪는다”며 “수출보다는 내수 위주의 업체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고 강조했다.
이 업체는 또 다른 어려움도 겪고 있다. 중국 측이 현대차 부품을 자국산과 수입산 비율을 기존 7대에서 5대 5로 요구하는 등 해외투자기업에 대한 비관세장벽 이용에 나섰다. 그래서 이 업체는 기술유출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토미션 제조공장을 중국 현지에 설립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대구의 또 다른 자동차부품 생산전문업체인 B사 대표는 “은행권이 업체들에 대해 비 오는데 우산 빼앗아 가는 격으로 압박하고 있다”며 “자동차부품업체에 대한 신규대출과 대출만기 연장을 상공회의소를 통해 건의해볼 작정”이라고 했다. 또 “대구의 주력산업인 자동차부품업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을 모두 공감하고 해결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원가절감과 기술개발에 매진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대구의 2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기존에는 20개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면 운영이 됐는데 납품단가가 낮아지면서 35개 제품을 만들어야 겨우 유지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며 “공장에 있던 1개 생산 라인을 1차 협력업체에 반납할 처지에 놓였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의 1차 협력업체 측은 “인건비 상승과 주 52시간이라는 악재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면서 “비정규직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비정규직을 내쫓는 결과를 낳게 된 셈”이라고 했다.
경주시의 2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주문량 감소에다 인건비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악재가 겹쳐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업종 전환을 고려하는 업체가 생겨날 정도인데, 내년 상반기에는 경주지역에서 10% 이상 업체가 폐업하거나 부도처리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산의 한 업체는 “수요처 다변화와 더불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맞춘 부품 개발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의 상황이 녹록지 않아 당장 어려움이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