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 "드루킹이 개발 허락 구하자 金 ‘끄덕’"…金 측 "진술 맞냐" 추궁
김경수, ‘文 대통령에 드루킹 보고’ 주장에 "사실 아니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속행공판을 받기 위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
‘드루킹’ 김동원 씨의 지시로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개발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이 김경수 경남지사 앞에서 ‘킹크랩’을 시연한 게 맞는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김 지사 측은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에게 일부러 불리한 진술을 한다며 시연을 본 적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16일 열린 김 지사의 속행 공판에는 ‘킹크랩’을 개발한 ‘둘리’ 우 모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우씨는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경기 파주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드루킹의 지시로 김 지사 앞에서 ‘킹크랩’을 시연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김 지사가 ‘ㄷ’자 모양으로 배치된 책상의 가운데에 앉아있었다”며 “김 지사 앞 테이블에 핸드폰을 놓고 버튼을 눌러서 킹크랩을 시연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드루킹과 김 지사 간 대화를 기억하느냐는 특검팀 질문에 “김동원이 (킹크랩) 개발 진행에 대해 허락을 구했고,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인 걸 기억한다”고 말했다. 시연 도중 김동원 씨가 “잠깐 나가 있으라”고 해서 휴대전화를 그대로 두고 나왔다고도 말했다.

우씨는 김 지사가 파주 사무실을 다녀간 뒤 ‘킹크랩’을 본격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지사 변호인은 우씨를 비롯한 드루킹 일당이 ‘말맞추기’에 따라 허위 진술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추궁했다.

변호인은 “증인이 내려놓은 휴대폰에 대해 김동원이 별도 설명을 하지도 않고 바로 ‘개발해도 되겠냐, 승낙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맞느냐”고 따졌다.

또 우씨가 조사 초기엔 “시연을 마친 뒤 휴대전화를 들고 나갔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휴대전화를 두고 나왔다”고 진술을 바꾼 점을 지적하며 “정확한 기억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우씨는 “저는 본대로 이야기한 것이고, 진술이 바뀐 건 기억이 헷갈려서 그런 것”이라며 “처음에는 휴대전화를 놓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서 갖고 나온 게 맞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우씨 등이 경찰 수사 시작 전은 물론 구속된 이후에도 공동 변호인 접견을 통해 진술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우씨는 “수사를 받기 전에는 어떤 식으로 (진술)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도 구속 당시의 말맞추기 의혹에 대해선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날 재판이 끝난 후 귀갓길에서 “증인 신문이 진행될수록 진실에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기들끼리도 엇갈리는 진술을 하고 있어서 보는 분들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전 법정 출석길에서는 지난해 대선 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루킹’ 일당에 대해 보고를 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질 것”이라며 부인했다.

드루킹 일당인 ‘솔본아르타’ 양 모 씨는 지난달 29일 열린 김 지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김 지사가 경공모에 대해 문(재인) 대표에게 보고했고, 문 대표가 ‘드루킹’이란 닉네임을 알고 있다”는 내용을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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