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결백을 보물삼아 자연과 더불어 안분지족 푸르른 기백 고스란히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에는 평생 청렴과 강직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보백당의 유훈을 이어받아 대대로 실천하고 있는 안동김씨 묵계종택과 묵계서원(경상북도 민속자료 제19호)이 자리 잡고 있다.
△묵계서원
김계행은 조선 초기 성종 때 대사성을 역임하고, 이조판서 양관대제학에 추증됐으며, 옥고는 세종 때 사헌부 장령(掌令)을 지낸 바 있다. 이 서원은 1687년(숙종 13)에 창건됐으며 선현배향과 지방교육의 일익을 담당하여오던 중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1869년(고종 6) 훼철됐다가 후에 강당과 문루인 읍청루와 진덕문, 동재 건물 등을 복원했다.
경내의 건물로는 외삼문인 진덕문, 누각 형식을 한 읍청루, 동재인 극기재, 강당인 입교당, 내삼문, 사당인 청덕사가 있다. 서원 좌측의 주사는 창건 당시의 유일한 건물로 정면 6칸, 측면 5칸의 ‘ㅁ’자형 이다. 서원 옆에는 후대에 세운 김계행의 신도비와 비각이 있다.
△보백당 김계행과 만휴정.
김계행은 안동이라는 지명이 있게 한 고려건국 공신 삼태사(三太師) 중 한 명인 김선평(金宣平·안동 김씨 시조)의 후예다.
김계행 종가에는 특별한 현판이 내려오고 있다. 보백당의 유훈을 새긴 현판으로 ‘지신근신 대인충후’와 ‘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으로 모두 만휴정에 걸려있다.
산수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만휴정은 선비의 품격을 엿볼 수 있는 조선 인문정신의 정수를 함축하고 있는 정자다. 영화 ‘미인도’, KBS ‘공주의 남자’ 촬영 배경인 이곳은 최근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방영된 이후 전국에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여름에는 백일홍의 그윽한 정취가 자극한다.
‘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은 ‘우리 집안에는 보물이 없으니, 보물은 오직 청백일 뿐이다’라는 뜻이다. 보백당이라는 당호도 여기에서 유래한다.
△‘임금님 시호 교지’ 맞이하는 연시례.
지난 2017년에는 보백당 김계행 선생 서세 500주년을 맞아 ‘연시례 재현행사’가 묵계서원에서 열렸다.
지금까지 임금이 내린 시호를 받은 선현들은 많았지만 그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거의 부재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보백당선생 연시시 일기(寶白堂先生 延諡時 日記)’는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보백당 정신 이어가는 후손들.
보백당의 청백정신은 현재까지 이어진다. 족보에 올라 있는 남자들만 따지면 그 후손은 대략 8천여 명에 이른다. 이들 중 뇌물 몇 푼이라도 받은 후손은 거의 없다는 게 후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특히 공직에 있는 후손들은 ‘보물유청백’이란 가풍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보백당 문중에서는 선생의 유훈을 받들어 1993년 ‘보백당장학문화재단’을 설립했다. 매년 후손들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모아 청렴공무원 자녀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경북도 내에 수백 개의 장학재단이 있지만 청백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제도로서는 유일하다고 한다.
△문화유산 활용한 어린이 문화공간 ‘꼬마도령의 놀이터’.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닫힌 공간으로만 인식됐던 묵계서원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문을 활짝 열었다. 이곳에서는 매월 2회씩 진행하는 놀이터 프로그램, 봄과 가을에 열리는 가족체험 프로그램, 쉼이 있는 서원 어린이도서관 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안동시는 묵계서원을 지역대표 문화유산 활용 모델로 만들고, 이를 계기로 지역 문화유산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문화 공간과 교육 공간으로 키워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