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당신을 기억할 때
바다처럼 잔잔히 밀려오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오물오물 뱉어내던 그녀의 말을
잔잔히 밀려오는 바다 같은 사람이라면 좋겠어요, 라고 읽는다

사람과 바다 사이에 사랑이 있다 결코
쉽게 헤엄쳐 건널 수 없는 거리
손 내밀면 멀어지는 섬처럼
오도카니 떠 있는 실루엣, 그것이 사랑이라니

사랑도 흙처럼 만질 수 있는 것이어서
만드는 이의 손길에 따라
꽃병이 되거나 사발이 되거나 접시가 된다면
나는 이 전율을 주물러서 무엇을 만들게 될까

한 걸음 다가서면 두 걸음 물러나는 사랑



<감상> 우리 사랑은 어디쯤 있을까. 사람과 바다 사이, 붉은 등대와 흰 등대 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에 있다. 손을 내밀어야 하고, 불빛을 던져야 하고, 긴 가지를 놓는 것이 사랑이다. 내가 가까이 손을 내밀면 저만치 멀어지고, 그대가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내가 움찔하는 게 사랑이다. 오도카니 떠 있는 그림자가 사랑이다. 남아 있는 그림자가 사라진다면 사랑의 전율마저 없어지고 만다. 잔잔히 밀려오는 사랑을 담을 수 있게 나는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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