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미자하란 미소년이 위(衛)나라 왕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의 병이 위중하다는 말을 들은 미자하는 임금의 명을 사칭해 임금의 수레를 타고 집에 다녀왔다. 위나라 법에 따르면 이는 다리 절단에 해당하는 죄였다. 그러나 후에 이 사실을 안 왕은 이렇게 말했다. "미자하의 효성이 얼마나 지극한가. 그는 자신의 다리보다 어머니를 더 중하게 여겼다" 또 어느 날인가는 임금이 복숭아밭에 산책을 갔는데 복숭아 하나를 먹던 미자하가 나머지를 왕에게 바쳤다. 그러자 왕이 말했다. "미자하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구나. 자신이 먹던 것이란 사실조차 잊고 내게 바치다니!" 그 후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용모가 쇠하고 임금의 사랑 또한 식게 됐다. 그러자 왕은 이렇게 말했다. "미자하는 내 명령을 사칭하고 내 수레를 훔쳐 탔을 뿐 아니라 제가 먹던 복숭아를 나에게 준 녀석이다. 용서할 수 없다."

미자하의 같은 행동에 대해 왕은 처음에는 칭찬했고, 후에는 벌을 내렸다. 이는 군주의 사랑이 변했기 때문이다. 신하가 군주의 총애를 받을 때는 그의 지혜 또한 군주의 마음에 들 것이지만 총애가 사라지고 나면 뛰어난 지혜마저도 벌을 받게 된다. 왕에게 간언하고자 할 때는 우선 왕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용은 길들이면 타고 다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목에는 역린(逆鱗)이라 해서 거꾸로 난 비늘이 있는데 그것을 건드리는 자가 있으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역린'의 고사다.

북한 권력의 2인자였던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실각했다. 김정은의 정책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해오다가 그만 턱밑 비늘을 만진 것이다. 김정은이 주관하는 행사장에서 딴청을 피우거나 정자세로 있지않고 짝다리로 서 있는 등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북한은 장성택의 측근 이용하 당중앙위원회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길수 행정부 부부장에게 '월권'과 '분파행위',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거부' 등 3가지 죄명을 적용해 공개처형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들의 죄목에서처럼 장성택이 당의 유일적 영도체제를 거부했다고 봐야 한다. 왕조시대에나 있을법한 역린이 북한에서 일어난 것이다. 하긴 북한은 아직 3대세습의 왕조국가나 다름없으니 그럴만도 하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