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성 예산 무더기 '된서리'…문화 체질 개선 이뤄지나

구미국제음악제

2015년 구미 문화 정책의 운명은 행사성 예산 삭감을 통한 문화체질 개선이냐 문화관련 예산의 무더기 삭감으로 인한 문화 침체기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 해 구미시가 제출한 2015년 세입·세출 예산(안)에서 문화관련 예산이 구미시의회로부터 무더기로 된 서리를 맞았기 때문이다.

구미시의회가 2015년 세입·세출 예산(안) 심사에서 삭감한 금액은 총 146건에 44억8천만원. 이 중 문화관련 예산은 50건, 16억3천만원으로 건수와 금액 모두 30%를 웃돈다.

구미아시아연극제

삭감된 예산 대부분은 민간위탁금 내지는 민간행사 사업보조금 등으로 구미시의회는 행사성 예산을 지양한다는 원칙 아래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2014년 수출 목표도 달성하지 못할 만큼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기 탓에 순수 민간 주도의 문화 활동 역시 함께 침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긍정적인 효과도 존재한다.

마땅히 내 세울만한 지역 대표축제가 없는 구미의 현실에서 각 단체 별 일회성 행사는 과감히 정리하고 그 예산으로 구미를 상품화 할 수 있는 문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구미시의회의 요구는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다.

강동문화복지회관 조감도

이로 인해 구미시의회의 문화 관련 예산 삭감 후 지역 여론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갑론을박 하고 있으며 선출직으로 구성된 구미시의회가 내년에도 그 의지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간 위탁 위주의 행사와는 별개로 문화관련 인프라 구축은 차질 없이 추진된다. 300억(국·도비 포함)이 투입돼 2016년 완공되는 강동 문화 복지회관과 역사문화디지털센터 건립, 구미시립박물관,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건립 등은 무난하게 예산을 확보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또 구미의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스토리 발굴 및 관광자원화, 구미만의 관광자원 발굴 및 다양한 관광 상품 개발 등 최근 유행하는 문화트렌드인 스토리텔링을 통한 문화 상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화 관련 예산 된서리, 구미문화에 봄은 오는가

2015년 세입·세출 예산(안)에서 구미시의회가 삭감한 주요 문화 관련 예산은 파독 산업전사(광부, 간호사)초청 방문행사 5천500만원, 석가탄신일 봉축탑 및 성탄트리탑 설치 4천500만원, 제4회 구미국제음악제 2억1천만원, 명창 박록주 전국 국악대전 6천만원, 구미시민을 위한 음악제 630만원 등 국가, 종교, 시민 등 전 방위 적이다.

또 제28회 한국춘란전시회, 제13회 차 문화 축제 및 야은 헌다, 제16회 금란회서전, 제19회 남성합창단 정기공연, 시민과 함께하는 수필낭독의 밤 등 십년 넘게 이어온 전통 있는 문화 행사도 포함됐다.

이러한 까닭에 예산 삭감 후 지역의 문화 단체들은 예산 삭감을 주도한 의원들의 낙선 운동을 펼치겠다며 소란을 이어가기도 했다.

몇몇 예산은 추경을 통해 살아 날 가능성도 있지만 2015년 구미에서 문화 관련 행사들을 찾아보기는 아마도 힘들 전망이다.

지역 문화 단체 관계자는 "마땅히 없어져야 할 행사도 있지만 시민들을 위해 꼭 필요한 행사도 있다"며 "어떤 단체 예산은 삭감하고 다른 단체 예산은 오히려 더 지원하는 등 아무런 원칙과 기준 없는 예산 심사로 인해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사기가 많이 저하돼 있다"고 걱정했다.

△문화 관련 인프라 조성은 차질 없어

구미시는 구평동 일원에 부지 6만7천970㎡, 연면적 1만393㎡ 규모의 강동 문화 복지회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사업기간은 2014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로 총 298억원(국도시비 포함)의 예산이 투입된다.

2014년 3월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완료한 후 공사계약을 완료했으며 같은 해 7월 공사에 착공했다.

역사문화디지털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역사문화 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전·계승하기 위한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지역출신 역사적 인물 재조명으로 향토애와 시민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역사문화디지털센터는 구미시 남통동 일원 금오산 내에 건립된다.

부지는 8만6천115㎡, 건축면적 2천960㎡ 규모로 2011년 기본조사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을 완료 한 후 2013년 도립공원계획 변경 신청을 마친 상태다.

센터에는 디지털문화전시관, 디지털문화카페, 교육실 등이 설치된다.

구미시에서 위탁·보관·관리 중인 5천670점의 박정희 대통령 유품을 보존하기 위한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도 건립된다.

역사 자료관은 구미시 상모동 새마을 운동 테마파크와 연계해 조성되며 부지 3만5천289㎡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다. 지난해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벤치마킹한 후 기본계획 수립 용역, 주민설명회를 마쳤다.

△구미대표 축제 찾기 및 지역 문화·관광 활성화

구미시는 2007년 아시아 각국의 문화소통을 주제로 다문화축전을 지역 대표축제로 계획했지만 시민단체와 이주노동자들이 불참하는 등 마찰이 빚어지면서 행사가 축소되고 내용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후 구미시는 다문화축전을 폐지하고 첨단산업을 소재로 한 '하이테크페스티벌'을 2008년 지역 대표축제로 다시 개발하고 이를 위해 축제전문가를 채용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1회성 축제에 그쳤다.

이 후 구미의 지역 대표 축제 명맥은 끊어져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구미시는 다양한 고품격 예술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시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컨셉으로 한 수준 높은 예술축제 개최를 통해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정주도시의 가치를 상승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올해 계획된 주요 축제로는 제4회 구미국제 음악제, 2015구미아시아연극제, 금오예술제, 문화로 예술공연 등으로 11억3천200만원(도비포함)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몇몇 행사는 예산삭감으로 축제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구미의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스토리 발굴 및 구미만의 관광자원 발굴도 계획 중이다.

2015년 한 해동안 추진되는 이 사업에는 스토리텔링 발굴을 통한 문화관광 컨텐츠 개발에 4천만원, 국내·외 관광박람회 참가 1천900만원, 문화관광해설사 역량교육 및 배치에 5천700만원이 투입된다.

지역 문화예술의 자생력 강화와 지역고유의 문화예술 자원 활용을 위한 문화특화지역 조성도 추진 중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시행되는 이 사업은 시민문화예술향유 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생활예술 확산, 지역문화예술 인력 양성 및 예술인 창작활동 지원, 지역 문화적 자원 활용을 통한 문화콘텐츠 개발을 주요 내용으로 지난 해 문화체육관광부 사업 공모에 참여해 사업비를 확보했다.

△문화단체 및 역할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단체로는 구미문화원과 사)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이하 한국예총) 구미지회가 있다.

1995년 도농통합으로 선산문화원과 구미문화원이 구미문화원으로 통합된 후 문화진흥을 목적으로 문화강좌와 행사를 통해 시민들이 스스로 문화예술창조의 주체로 거듭 태어 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주요사업으로는 금오대제, 미륵불제, 성수용정제 등 향토고유문화 전승보존과 금오문화지 발간, 향토사료 발굴조사, 민속연구책자발간 등 향토사료 수집 보존, 시민문화강습, 충효교실 등 지역사회교육 등이 있다.

예술 문화인 상호간 친목을 도모하고 지역예술 문화 창달을 위해 1989년 11월 28일 창립총회를 개최한 한국예총 구미지회는 무용협회, 문인협회, 연예협회, 음악협회, 미술협회, 연극협회, 사진작가협회, 국악협회 등 8개 협회 지부로 구성돼 있다.

주요사업으로는 구미예술제, 청소년 연극제, 구미미술제, 구미국악제, 금오산 시낭송회, 찾아가는 음악회 등 예술문화 창달, 지역 간 예술문화 교류 및 지방예술 발굴. 소개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 달 31일 한국예총 구미지회 제26차 정기총회에서 제10대 회장으로 재신임 된 이한석 구미지회장은 "21세기는 문화와 예술의 시대로 지방의 문화가 나라의 문화이며, 문화력이 곧 국력이 되는 시대"라며 "앞서 추진해 온 문화예술 사업들을 더욱 발전시키는데 혼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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